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29일 `친일인사' 명단 3천94명을 발표한데 대해 시민단체와 학계 등은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흥사단 조직부 오평석 간사는 "상징적이고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낡은구조의 청산을 목표로 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고 "당시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던 이들이 빠진 것은 앞으로 짚어나가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순철 정책실장은 "해방 이후 60년이 흘렀음에도 사실규명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며 환영한 뒤 "유럽에서 나치에 부역한 사람들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하면서까지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강주혜 사업국장도 "지나간 과거를 끄집어내 벌하자는 감정적 차원이 아니라 규명되지 못한 우리 역사의 진실을 밝힌다는 면에서 환영한다"며 "나아가 광복 이후에도 계속 지위를 유지한 이들을 단죄해 올바른 과거 청산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라며 "지금껏 지도자로 알려져 왔던 사람들이 포함돼 혼란이 올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인 친일과 소극적,피동적 친일을 구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자유시민연대 반핵반김국민협의회 김구부 사무총장은 "이번 발표는 과거와 단절함으로써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현 정권의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 같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군 중위시절 얼마나 친일행위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후 대통령이 된 뒤에 성취한 경제발전의 공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부정비리추방시민연대 전용선 홍보위원장은 "과거사는 당연히 짚고 넘어 가야겠지만 일제 시대의 친일행위란 것은 생존 문제가 달려 있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경제도 어려운 현 시점에서 굳이 과거를 들춰내 국가가 시끄러워지고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홍진표 정책실장도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로 분류한 것은 기계적인 접근"이라며 "이들이 어떤 친일 활동을 했는지 명확히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괄적으로 친일인사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친일인사 찾아내기'에 학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희대 허동연 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발표는 학자들이 학문적으로 밝혀내는 것이면 몰라도 일괄적으로 발표해 과도하게 욕심을 부른 것 같다"며 "친일명단 발표로모든 역사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조성미 장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