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부터는 빌딩 임대수입, 배당소득 등을 보유한 고소득 직장인의 건강보험료가 오른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해왔으나 빌딩 소유주, 대주주, 전문직 자영자 등의 경우에는 모든 종합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부족한 건강보험료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무리하게 고소득자에게 추가 보험료를 부과한다고 비판한다. 그 예로 의료서비스의 수혜를 적게 받는 젊은 직장인들이 고소득자라는 이유만으로 보험료 추가 부담이라는 일방적 희생을 강요받게 된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종합소득 기준 부과로 형평성 높여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은 가입자의 소득 등으로 대표되는 부담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하되,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납부 보험료와 상관없이 혜택을 받도록 해 사회통합ㆍ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한다.
그간 직장인의 경우 근로소득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해 형평성 측면에서 개선할 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하모씨와 박모씨는 월급(150만원)과 보험료(4만4,000원)가 같지만 월급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봉급생활자인 박씨와 달리 빌딩을 가진 하씨는 월평균 4,400만원의 임대수입이 있다. 전체 소득이 박씨의 30배를 넘는 하씨가 박씨와 똑같은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런 제도적 허술함을 이용해 고소득ㆍ고액 재산가들이 위장취업을 통해 건강보험료를 회피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9월에 시행될 조치는 이런 소득역진적 구조의 건보료를 공정하게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9월 이후 하씨는 박씨의 30배 수준(약 132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하씨는 지금까지 전체 소득에 비해 훨씬 적게 내던 보험료를 소득에 비례해 납부하게 되는 것이지 고소득자라는 이유만으로 추가 부담을 강요당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근로소득에서 모든 종합소득으로 확대함으로써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경제의 장기적 효율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지나치게 근로소득에 의존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건강보험 재정수입 중 보험료 수입이 86.7%(33조원)를 차지하며 이 중 직장가입자의 보험료가 79.4%(26조원)에 이른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대부분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부과된다.
근로소득에 대한 보험료의 절반은 사용자(기업)가 부담한다. 향후 고령인구 증가 등으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할 것을 고려할 때 보험료 부담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근로소득에 의존적인 현재의 건보 재정하에서 이는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 부과체계도 합리적 개선 추진
높은 사회보험료 부담은 일자리 감소 등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건보 재정 부담을 다양한 종류의 소득에 분산시킬 것을 권고했다. 보험료 부과기반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당장 보험료가 오르는 직장가입자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빠듯한 살림 속에서도 성실히 보험료를 부담해온 다수의 일반 직장인들과의 공정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정부는 앞으로도 부과체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자동차ㆍ재산에 부과되는 지역 가입자 부과체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건보 재정과 소득 파악 등 여건을 고려하면서 직장ㆍ지역으로 이원화돼 있는 현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해 공정성을 높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