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부 지원프로젝트에 특정 업체들이 중복으로 뽑히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지원을 원하는 기업들이 널려 있는데 극소수 특정기업들만 수혜를 독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은 글로벌 잠재력을 갖춘 기업으로 각각 '글로벌 전문 후보기업' 46개와 '월드클래스 300(World Class 300)' 100개를 선정했는데 이 중 17개 기업이 중복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전문 후보기업의 약 40%가 이미 월드클래스 300 대상인 것.
특히 지난해에는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33개 중 넥스트칩·샘표식품·슈프리마·아이센스·오토닉스·인지컨트롤스·잉크테크 등 7곳이나 동시에 선발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비롯해 사실상 지원이 유사한데 받는 기업만 계속 선정되면 사실상 특혜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중견기업 육성 프로젝트에 선정되면 기업 인지도 향상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지원 우대를 받게 돼 경쟁이 치열하다. 월드클래스 300사업은 2017년까지 세계적 기업 300개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되면 기술확보를 비롯 시장확대, 인력확보, 자금지원, 컨설팅 등 18개 기관으로부터 패키지 지원을 받게 된다.
글로벌 전문 후보기업으로 뽑혀도 금융·인력·마케팅 등에서 20여개 종합지원서비스를 받는다. 산업부는 지난해 1차로 26개 기업에 저리 대출, 보증료 인하 등 89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기준 217개인 수출 1억달러 이상 기업을 2017년 40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결국 동시에 뽑힌 기업으로서는 유사한 지원을 이중으로 받는 셈이다.
이같은 문제는 중견기업 정책이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중기청으로 이관됐음에도 산업부가 기존 월드클래스 300사업과 사실상 거의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지난 2011년부터 시행하던 월드클래스 300 사업을 중기청에 넘기면서 이를 변형한 글로벌 전문 후보기업 프로젝트를 지난해 새롭게 마련했다. 월드클래스 300은 매출액 400억원 이상(시스템SW개발공급업 등은 1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이고, 글로벌 전문 후보기업은 수출 2,000만~1억달러(원화 약 200억~1,000억원)로 지원기준만 다를 뿐이다.
이중 수출 1억달러를 넘어 글로벌 전문 후보기업을 돕는 멘토 기업으로 뽑힌 와이지원·KH바텍·화승R&A·주성엔지니어링·미래나노텍·루멘스와 같은 기업들은 월드클래스 300 대상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 월드클래스 300의 경우 매출 3조원에 달하는 일진그룹 계열사인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머티리얼즈가 선정돼 정부가 대기업을 밀어준다는 논란도 크다. 또 서울반도체나 파트론같은 기업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는데 졸업 기준이 없어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중기청의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 선정기업의 경우 월드클래스 300에 뽑히면 자동으로 해제되지만 산업부는 이러한 예외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전문 후보기업은 수출 중심이고 월드클래스 300은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올해 산업부는 상하반기에 걸쳐 글로벌 전문 후보기업 150개를 선정할 계획이다. 중기청도 월드클래스 300 기업 선정을 위한 시행계획을 공고하고 모집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중복수혜를 막거나 퇴출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을 부처마다 뽑아 사업 안정성을 꾀하기 보다 조금 더 가능성 있는 업체로 폭을 넓혀 기회를 많이 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