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국가 많아도 스페인어·아랍어 회피/“국외 연수과정 석·박사학위 위주” 비판김영삼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때 외무부는 스페인어를 잘한다는 외교관들을 각지에서 긴급 차출하고 올해 초 현지 교포중에서 특별채용한 「수습 외교관」까지 동원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외교관들이 제2 외국어 선택시 승진과 근무·생활여건 등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사용국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어 아랍어 등을 회피,이들 언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제2 외국어간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무부가 본부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2 외국어 강좌에서도 일어,중국어만이 강좌개설에 필요한 10명을 겨우 넘긴다고 한다.
비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 하나로 제대로 된 외교를 펼칠 수 없고 「세계경영」 「경영의 현지화」를 외치며 줄달음치고 있는 업계의 움직임에 비춰볼 때 왠지 안일한 외교관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외무고시에 합격한지 2년 정도 된 사무관들을 2∼3년간 국외연수를 다녀온다. 이들은 대개 ▲영어 선택시 영·미 등에서 2년 ▲특수 외국어 선택시 영·미 지역에서 1년간 영어 연수후 해당 제2 외국어 사용지역에서 2년간 특수외국어를 연수한 뒤 귀국한다.
외교관들 사이에선 국외 연수과정이 실용적인 어학연수나 국제무대에서의 현장실습과 동떨어진 채 석사, 박사 등 학위취득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올부터 국외연수과정에도 중간 어학시험이 도입됐다.
한편 외무부는 외교관들이 유창한 외국어실력을 갖추도록 본부직원들을 대상으로 외국어 능력검정을 실시하고 있다. 영어의 경우 3급이하, 특수 외국어는 4급이하 직원이 대상인데 독해 청취 작문 및 회화 등 분야별 취득점수를 평균해 통합급수가 부여된다.
성적은 1급(90∼1백점)에서 5급(40∼54점)까지 각 등급별로 ABC 3단계로 세분되는데 시험체제상 1급을 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3급A 이상이면 현지 대졸수준의 어학실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임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