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부친 박영석 대장 뜻대로 골프선수 박성우로뜰것"

■세미프로 골퍼 박성우<br>세미프로 최종예선 통과 뒤 父 사고로 2달간 클럽 못잡아<br>내년 KPGA 1부 투어 도전장


"뒤에서 얼마든지 도울 테니 하고 싶은 일 다하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딱 하나, 산(山)은 안 된다고 잘라 말하셨죠."

세미프로 골퍼 박성우(22)는 아버지 박영석을 그렇게 추억했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최단기간에 등정한 박영석은 이어 남ㆍ북극을 차례로 정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돼 돌아올 수 없는 전설이 됐다.

지난해 4수(修) 끝에 세미프로 최종예선을 통과한 뒤 부푼 꿈을 안고 연습하던 박성우는 아버지의 사고 소식에 두 달간 클럽을 잡지 못했다. 그러다 12월 미국 탬파의 최경주 캠프에서 몇몇 유망주들과 같이 2주간 훈련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9일 만난 박성우는 "지금도 아버지의 실종이 잘 실감나지 않는다. 그냥 원정 나가계신 것 같다"고 했다. 또 "경기가 끝나면 항상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결과를 알려드렸다. 그랬던 게 제일 그립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예전처럼 통화할 수 있다면 제가 이제 가장이니까 엄마랑 동생이랑 잘 보살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어요."


티칭프로인 작은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박성우는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운동신경이 남다르다. 축구ㆍ농구ㆍ쇼트트랙 등에도 소질을 보였던 그는 170㎝ 57㎏의 체구로 어렵지 않게 300야드를 날린다.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90야드 정도. 고교 때까지 뉴질랜드에서 골프를 하다 "한국에서 해보자"는 아버지의 말에 2007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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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목표는 내년부터 한국프로골프(KPGA) 1부 투어에서 뛰는 것이다. 오는 9ㆍ10월 있을 두 차례의 KPGA 퀄리파잉(Q) 스쿨을 통과해야 한다. 박성우는 "그 동안은 골프가 그렇게 절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언젠가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는 이 같은 원대한 꿈을 아버지에게 직접 털어놓았다. 지난 1월 설에 어머니, 동생과 함께 네팔 카트만두로 날아가 제사를 지내고 온 것.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한테 생일선물로 받은 어린이용 골프클럽이 떠올라요. 지금은 비록 박영석 대장의 아들로만 주목 받지만 아버지가 원했던 것처럼 골프로 성공해서 골프선수 박성우로 뉴스에 나가고 싶어요."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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