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만톤의 알루미늄 압연물을 생산해 1,5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중소기업 A사의 장모 사장은 요즘 잠자리가 편하지 않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이나 에너지 사용이 영업경쟁력에 미칠 수 있을 거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목표관리제 대상 기업이 되고 나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목표관리제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마당에 전담 인력을 둬야 하고 정보도 수집해야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들은 막강한 자금과 인력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비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그럴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목표관리제가 적용되는 산업ㆍ발전 분야의 366개사 가운데 중소기업은 82개사에 달한다. 특히 오는 2014년까지 전체 산업ㆍ발전 분야의 관리업체가 560여개로 늘어날 경우 중소기업 비중은 200여개사로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생산액 대비 에너지비용(연료와 전력) 비중을 보면 대기업의 경우 6.8%에 불과하지만 중소기업은 11.8%로 70%나 높다. 결국 중소기업들의 경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녹색경영에 취약한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해가 갈수록 목표관리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소기업들의 인식과 준비는 미흡하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의 57%가 "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이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에 대해서도 34%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온실가스 배출 저감 활동의 가장 큰 애로로는 추가자금 부담(56%), 정보부족(44%), 전문인력 부족(30.2%) 등을 꼽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시설교체 등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이 점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목표관리제의 한 축인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감축 활동을 장려, 지원하기 위해 그린크레디트(Green Credit) 제도를 도입,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자금과 기술을 투입해 온실가스ㆍ에너지를 감축하면 그 실적의 일부를 크레디트로 이전 받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A대기업이 B중소기업의 에너지감축 설비 자금 중 50%를 지원해서 B기업이 100톤의 CO2를 줄일 경우 A기업은 약 50톤 정도의 절감분을 인정 받는 것이다. 그린크레디트의 인정유형이나 방법ㆍ인정비율 등은 내년 상반기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그린크레디트의 경우 대ㆍ중기 동반성장과 온실가스 감축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278개에 달하는 목표관리제 대상 대기업이 감축량의 10%를 그린크레디트를 활용해 달성한다면 오는 2020년까지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이 중소기업에 투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포스코가 협력중소기업과 그린크레디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놓고 있다. 정부는 목표관리제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에는 그린크레디트를 활용하려는 대기업이 상당수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정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출연한 자금에 대해서는 7%의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