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정위의 이중논리/이형주·정경부(기자의 눈)

『채무보증이라는 제도를 가진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어디 있습니까.』공정위가 재벌계열사간 채무보증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며 강조한 명분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친족독립경영회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며 『세계 어떤 곳에 우리나라 기업과 같은 재벌구조가 온존하고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한쪽에선 「우리나라밖에 없는 독특한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재벌구조에 대응키 위해 「우리만의 제도」를 새로 도입해야 한다는 이중논리를 내세운 셈이다. 지난 5월 철통보안 속에 김인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재계의 강력한 반발과 부처간 이견 등 진통을 겪은 끝에 당정협의 형식을 빌려 「알맹이」가 거의 빠진 채 국회에 상정됐다. 재벌들의 경제력집중이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이므로 이를 치유하기 위해 관련 법제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누구나 수긍한다. 하지만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공정위가 정책방향을 고수하는데 급급, 상반되는 논리를 펴는 등 곳곳에서 무리수가 노출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호채무보증 폐지와 친족독립경영회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같은 쟁점에 대응하면서 맞서 뛰는 「두 토끼」를 하나의 논리로 타진하려는 자기모순을 범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자기모순은 다른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담합행위를 하다 적발된 제지 3사에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용감히 부과해 놓고는 몇달 못가 기업의 활력제고니 하며 과징금을 대폭 깎아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당초 의욕과 달리 만신창이가 된 채 매듭지어진 원인은 무엇보다 사정기관인 공정위가 추상 같아야 할 논리의 일관성을 스스로 허물어 뜨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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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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