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빈 킹(사진)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의 발언대로 글로벌 환율전쟁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격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은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부양책은 브라질 등 신흥국의 반발을 부르면서 각국의 외환시장 개입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글로벌 경기둔화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도 물 건너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킹 총재는 10일(현지시간) 마땅한 경기부양책을 찾지 못한 상당수 국가들이 내년에 새로운 경기부양 수단으로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킹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주도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자성'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마침 11~12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마지막 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오는 19~20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둔 시점에 세계 중앙은행 총재단의 존경을 받고 있는 킹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시장 관계자들은 추가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두 중앙은행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연설한 킹 총재는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택한 금리인하 및 자산매입 등의 전통적 통화완화 정책이 한계에 봉착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금리 정책은 가계 및 기업들에 미래의 소비를 현재로 앞당기도록 유인하는 것일 뿐 무제한적으로 실행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 뒤 자산매입 프로그램 역시 장기금리를 낮춰 소비 및 투자를 촉진하고 금융 시스템이 돈으로 넘쳐나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들은 매입했던 자산을 되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며 이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영국을 비롯해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들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상태로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마지막 정책결정을 앞둔 미국과 일본은 이번 회동에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FRB가 올해 말 종료하는 오퍼레이션트위스트(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는 사들이는 것)를 대체할 후속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에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3차 양적완화(QE3) 확대조치나 오퍼레이션트위스트 연장, 나아가 4차 양적완화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도 9월과 10월에 이어 이달 열리는 중앙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회동은 16일 총선에서 '무제한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자민당이 집권한 뒤 열리는 첫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하지만 킹 총재는 이 같은 선진국의 돈 풀기 정책이 경기부양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글로벌 환율전쟁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계했다. 킹 총재는 선진국의 경기부양책이 신흥국가들에 환율상승 압력을 가하면서 이들 국가의 수출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브라질과 중국 같은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인 일본과 스위스까지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