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KB금융 사업 포트폴리오 타격

■ ING생명 인수 무산<br>노조까지 힘 보탰지만 정권말 신중모드 선회<br>은행업 비중 너무 높아 사업 근본 플랜 다시 짜야

서울 명동에 위치한 KB금융지주 본사 로비에서 보안담당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18일 KB금융지주 이사회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안건을 부결시켰다. /서울경제DB

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가 좌절됨에 따라 어윤대 회장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게 됐다. 우리금융에 이어 사력을 다해 밀어붙인 ING생명 인수까지 실패하면서 재임 기간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불가피한 탓이다. 무엇보다 국민은행 노조까지 나서 ING생명 인수를 거들었던 KB금융으로서는 그룹의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사외이사 역할에 대한 논의도 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권한에 비해 책임은 없다시피 한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전횡에 대한 견제를 넘어서 경영진과 끝까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화두를 던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의 사외이사들이 정권 말 인수합병(M&A)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꺼린 나머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꺾었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


◇KB금융, 결국 정권 말 '신중 모드'로 선회=당초 지난 5일 표결처리될 것으로 점쳐졌던 ING생명 인수 안건이 18일 이사회로 연기되는 순간 시장에서는 '이제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인수 가격이 2조2,0000억원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핵심 쟁점은 더 이상 가격이 아니라 정치권과의 교감이라는 설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결과도 당초 예상대로 나온 셈이다.

KB금융은 이사회 직후 공식 논평을 통해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 재무건전성 확보에 최우선을 두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국민은행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3%(올 3ㆍ4분기 기준)에 이르는 KB금융으로서는 가격만 적정하다면 수입보험료 4조1,000억원, 자산 21조원(2011회계연도 기준)의 ING생명을 외면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권이 바뀐 후 금융계의 판을 새롭게 짜기를 바라는 정치권과 금융 당국으로부터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손을 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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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리더십 한계…지배구조 개편 속도 낼 듯=어 회장은 ING 인수에 우리금융 이상으로 힘을 쏟았다. 그만큼 그가 입은 상처는 크다. 무엇보다 KB금융 수뇌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에 흠집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ING 인수 실패를 계기로 KB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근본적인 플랜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시각이 비등하고 있다. KB금융은 은행사업의 비중이 다른 지주회사에 비해 월등이 높다. 은행은 물론이고 카드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사업군이 없다.

이렇다 보니 몇 년 동안 사업의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금융 당국의 한 핵심관계자는 "KB는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며 사업군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를 해봐야 한다"며 "단순히 M&A뿐만 아니라 전략적 제휴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그려볼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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