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과열주의보

은행들이 베이비부머의 창업열기를 타고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6대 시중은행이 올 들어 자영업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은 6조4,000억원으로 전체 신규 대출의 64.4%에 이른다고 하니 한마디로 '몰빵' 대출인 셈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나 서민층에는 까다로운 조건을 들이대며 문턱을 한껏 높이면서 자영업자들의 호주머니에서 쏠쏠한 이자 수입을 챙기는 것이다.


은행들은 베이비부머의 창업 급증에 따른 대출수요라고 주장하지만 편하게 장사하겠다는 나름의 셈법이 깔려 있다. 정부 당국이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고 투자수요도 위축되자 틈새시장으로 찾은 곳이 자영업자인 것이다. 창업에 나선 베이비부머의 경우 아파트 같은 부동산 담보를 확보하기 쉬운데다 만기 일시상환이라는 불리한 대출조건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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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대출 쏠림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아파트 담보대출, 조선ㆍ해운 등 괜찮다 싶은 곳에 우르르 몰려간다. 그 결과 과열이 일어나고 시장이 망가지는 사태가 비일비재하다. 반대로 행여 경기가 가라앉을라 치면 앞다퉈 우산을 빼앗아 기업들을 죽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통해 산업의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은행 본연의 역할과는 한참 거리가 먼 얘기다.

은행들은 지나친 대출경쟁을 자제하고 업무영역을 다각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은행 내부적으로 업종별 대출한도를 책정해 각 분야에 고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잘못된 여신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쳐야 한다. 은행들은 해외 플랜트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권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해 알짜수주를 놓친다는 산업계의 호소부터 귀담아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자영업이 위기에 몰린 상황일수록 당장의 작은 이자수익에 매달리기보다는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키워나가는 상생 노력이 절실하다.

금융당국도 자영업자의 부실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은행 건전성과 자영업 보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시장안정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은행들이 실적에만 연연해 과당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분야별 대출실적과 리스크 관리상태를 면밀하게 점검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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