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순정품써야 車 10년탄다] 가짜 車부품의 사회학

[기고]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br>정보 비대칭 심하면 불량품 시장서 만연 소비자 피해 이어져

운전자가 자동차 애프터서비스(A/Sㆍ수리)부품을 구입 혹은 교체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피해가 적지 않다고 한다. 작년 금융감독원 보험검사국 보험조사실이 조사한 ‘정비업체의 보험사기 기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정비업계에는 사고가 나서 입고된 자동차를 수리할 때 과잉(수리비과당청구)수리 및 허위(비순정품이나 중고재생품 사용 후 순정용품 가격 청구) 수리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수리를 마치고 나온 차량 507대를 대상으로 사후 대조해 일일히 조사할 결과 조사대상차량 68%인 346대가 정비업체의 ‘부당청구 희생자’임이 밝혀졌다. 특히 정비업체들은 부당 청구된 차량의 상당수에 대해 비순정부품을 사용하고도 순정부품을 사용한 것처럼 위장해 ‘과다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는 소비자 보호나 우리나라 부품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관련 주체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된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사회적인 곳곳에서 여과없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다양한 원인이 지적될 수 있겠지만 결국 근원은 소비자가 자동차 A/S부품의 품질을 식별하기가 어렵다는데서 시작된다. 이를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업체나 정비사 등 전문가 등은 품질을 잘 알지만, 소비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정보 비(非) 대칭성의 문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아컬로프(George Akerlof)는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시장을 방치할 경우 자칫 저급한 품질의 제품이 시장에 만연하게 되는 ‘역선택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예를들어 자동차 수리용(A/S)부품시장의 경우 부품과 서비스를 통해 수리용부품을 운전자에 공급하고 있는 정비업체는 부품의 품질에 대해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같이 거래 참여자간에 상이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비(非) 대칭정보 상황 아래에서는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해야 될까. 우선 순정부품 유통을 강화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순정부품 유통 방식이란 자동차메이커 혹은 메이커가 지정한 부품 유통업체가 품질을 인증하는 부품에 자사(自社)의 브랜드를 붙여서 유통시키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자연스럽게 품질인증이 이루어지고 순정부품이라는 기준을 통해 소비자의 판단을 도와줘 소비자 보호의 실익이 크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타당성이 크다. 또 하나, 무엇보다도 순정부품 유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 및 교육을 활성화시켜 소비자의 품질식별 능력을 크게 높여주는 것이다. 정부차원의 실효성있는 계도와 단속을 통해 정비업체 등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시켜 순정부품의 이용도를 높이는 한편 공개적인 품질평가 활성화를 통해 순정부품의 품질을 높여가는 노력도 입체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다만, 소비자가 품질을 어느 정도 식별 혹은 인정할 수 있는 부품을 중심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통해 지나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노력을 함께 기울임으로써 순정부품유통방식이 수반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순정부품만을 합법화 했을 때 다른 기업의 부품 판매를 제한시켜 자유경쟁을 제한하거나 일부 품목의 부품가격을 높이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