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구태 못벗었다
예산안 심의는 위헌···민생법안은 무더기 이월···
'예산안 심의는 위헌, 민생법안은 수북이 쌓여 있고….'
법정 회기를 불과 1주일 남겨둔 17대 첫 정기국회의 '참담한 성적표'다. 예산안 심의는 이미 법정 시한(2일)을 넘기면서 '위헌 논쟁'에 휘말리고 있으며 주요 민생경제법안도 여야간 정쟁에 휘말려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때문에 과거와의 차별성을 내걸고 출범한 17대 국회가 그동안 보여준 행태는 정쟁의 연속이자 과거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따가운 비판마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여야는 예산안 처리와 임시국회 소집을 둘러싸고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매몰돼 정국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넘겨=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2일 처리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헌법에 정한 예산안 처리시한을 어기는 '위헌 사태'가 올해도 되풀이됐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초 재정을 조기에 풀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는 대정부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잦은 파행으로 지난달 29일에야 새해 예산안을 예산결산특위에 상정해 심의에 착수하는 바람에 물리적으로 법정처리 시한을 맞추지 못한 것.
하지만 여야가 임시국회 소집 여부를 놓고 복잡한 계산을 갖고 있어 정국전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야당은 4대 개혁입법 저지를 위해 예산심의를 조기에 마치고 임시국회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입장인 데 반해 여당은 단독으로라도 임시국회를 이달 중순 최소 2주일 이상 소집하겠다는 전략이다. 언뜻 보면 여야간의 입장이 뒤바뀐 셈이다.
◇민생법안 수북이 쌓여=여야는 2일에도 하루종일 주요 법안 처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지금 국회에는 처리를 앞둔 법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17대 국회에 발의한 법안은 189건에 이르고 있지만 이중 실제 처리된 것은 20여건에 머물러 있다.
의원발의 입법도 마찬가지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694건의 법안 가운데 현재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26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상임위 논의마저 이뤄지지 않은 법안이 수두룩해 남은 1주일의 시간이 아까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천정배 우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연말까지 시급한 민생경제법안과 중요한 개혁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4대 개혁입법과 관련, "여당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전면전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김창익 기자 window@sed.co.kr
입력시간 : 2004-12-02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