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은법 개정에서 유의 할 일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아래 의원입법으로 마련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 사이에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한은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에서 검토보고서를 내놓은 단계로,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한은 독립성 문제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금융통화위원회 구성문제와 관련, 7명의 금융통화위원 중 민간단체추천 3명을 폐지하고 한은 부총재를 당연직 위원으로 하는 것 외에, 한은에 금융기관 단독검사권 부여, 재경부의 한은 예산승인권 폐지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금통위는 현행 한은법에선 의장을 겸하는 한은 총재 외에 재경부장관, 한은총재, 금감위원장,대한상의회장,은행연합회회장, 증권업협회장이 각 1명씩을 추천해 모두 7명으로 구성토록 돼 있다. 개정안은 대한상의 등 3개 민간단체의 추천권을 없애는 대신 한은 총재와 재경부장관에게 각각 2명의 추천권을 주고, 한은 부총재를 당연직 위원으로 하고 있다. 민간단체 추천위원은 정부 몫이라고 일컬어 질 정도로 관료 출신들이 많았다. 단체의 성격상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한국은행의 목소리는 한은 총재와 총재가 추천하는 1인이 고작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정부측 인사라는 것이 한은의 독립성 문제에서 늘 논란이 돼왔다. 반면 개정안대로라면 금통위는 한은 총재와 부총재 외에 총재가 추천하는 2인 등 모두 4명으로 한은측 인사가 과반수를 넘는다. 이는 종전의 정부 측의 수적우위가 역전된 것일 뿐 진정한 의미의 한은 독립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더욱이 집행기관이 의결기관을 장악하는 데 따른 문제도 있다. 그래서 한은 총재 추천권 중 1명을 국회추천으로 돌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하는데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금통위에 민간단체의 추천인사를 참여 시킨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데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통화 신용정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에 비추어 금통위에 민간인이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시대의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민간의 참여가 강조되고 있는 `참여의 정부`를 맞아 금통위 민간단체 추천 몫을 없애버리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가 될 수도 있다. 잘못된 추천권 행사를 바로잡는 길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한은은 올들어 임원들에게 연간 보수의 20.8%를 상여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는데, 국민들은 나라경제 보다 자신들의 봉급을 더 생각하는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한은의 독립성 확보는 행정부로부터의 간섭배제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 무엇을 위한 한은의 독립이냐는 명제에 대해 국회는 물론 한은과 재경부도 더 성찰해야 한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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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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