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몬티(사진) 이탈리아 총리가 재정난을 부추기는 세금탈루를 방지하기 위해 현금결제를 억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치며 진퇴양난에 빠졌다. 세수를 늘리기 위해 현금결제를 못하게 하자니 주력산업인 명품업계가 타격을 입는다고 아우성이고 허용하자니 재정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몬티 총리가 올 들어 실시한 현금결제 억제정책이 엉뚱한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몬티 총리는 올 1월부터 1,200억유로에 달하는 지하경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1,000유로 이상의 금액에 대해 카드결제를 의무화한다는 정책을 지난해 12월 초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달하는 탈세를 적발해 천문학적인 공공 부문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몬티 총리의 강경책은 카드결제시 본국에 추가로 소비세를 내야 하는 관광객들과 구매내역 공개를 꺼리는 내국인들의 지갑을 닫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탈리아 명품협회 조사에 따르면 몬티 총리의 현금결제 억제정책의 여파로 지난해 4ㆍ4분기 보석 판매는 30%나 감소했다.
이탈리아를 떠난 명품 소비층은 프랑스ㆍ독일ㆍ스위스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로이터는 현금결제 제한도 없고 외국인에게 부가가치세(VAT) 8%를 세관통과시 돌려주는 스위스가 중국ㆍ브라질ㆍ러시아 등 비유럽권 관광객은 물론 이탈리아인까지 유혹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몬티 총리는 일단 한 발 물러나 외국인에 한해 현금결제 상한선을 3,600유로로 올려잡았다. 하지만 내국인에 대한 제한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카를로 가바리노 보코니대 교수는 "이탈리아의 지하경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명품업계가 일부 타격을 입더라도 현금결제 제한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탈리아 명품협회 알타가마의 아르만도 브란치니 사무관은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가게와 일자리 등 산업기반 모두가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금결제 억제정책에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