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관심을 끌어왔던 제조물책임법(Product Liability Law)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아직 건설업계와 건설 설비업계의 대응은 상당히 미온적이다.
비록 분양건축물을 포함한 부동산이 제조물책임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건축물을 구성하고 있는 건재 설비는 동산이기 때문에 PL책임이 직접 적용된다.
또 건설업체가 자재 설비를 직접 수입했거나 가공한 경우, 건설업체에게 PL책임이 부과된다. 더욱이 건축물 관련 PL소송은 소송규모가 크다는 위험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제조물책임을 하자담보책임 혹은 애프터서비스 제도를 강화한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제조물책임이란 제품 자체에 발생한 손해는 책임 대상이 아니며 그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제3자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부과되는 책임이다.
건설분야의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ㆍ에스컬레이터ㆍ회전문ㆍ 급탕기 등에 의한 안전사고나 전선 설비류에 기인한 화재ㆍ방범설비의 미작동에 의한 도난사고 등에서 PL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
건설기계에 따른 안전사고나 석면 등 유해한 건축자재도 PL소송이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석면관련 소송이 4만 건에 달하고 있으며 최대 석면제조업체인 존스맨빌레(Johns Manville)사가 파산한 바 있다.
따라서 건설업체와 건재 설비업체는 제품의 품질관리와 안전관리에 보다 노력할 필요성이 있다. 또 건설공사에는 많은 주체가 관여하고 있어 발주자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하도급업자 자재공급업자 등 각 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조물책임의 특성은 제조자에게 엄격책임(strict liability)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현행 민법의 '불법행위책임'하에서는 피해자가 제조업자의 고의과실을 입증해야 제조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제조물책임법 하에서는 제품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만 입증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여기서 결함이란 제조결함ㆍ설계결함ㆍ경고상의 결함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체에서는 '경고상의 결함(defective warning)'에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분양주택의 입주자가 급탕기를 잘못 조작해 화재가 발생한 경우, 사용시의 위험성을 미리 경고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면 제조업자는 PL책임을 부과 받게 된다.
그런데 제조업체에서 취급설명서 등을 건설업체에게 인도하고 주의를 충분히 했다면 건설업체에게 불법행위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따라서 건설업체에서는 건축물 인도 시에 건재나 설비의 안전한 사용방법을 인지시키고 안전 및 경고 표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제조물책임법 하에서 건자재렐낳?제조업자는 단순히 '값싸고 좋은 제품을 신속히 공급한다'는 그동안 관습화 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말하자면 제조물책임 시대에서 '좋은 제품'이란 소비자에게 전혀 위해를 주지 않는 '안전한 제품'을 의미한다.
특히, 엘리베이터 등 설비류나 건설기계는 제조 출하단계에서 면밀한 품질보증 체제를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
또 최종소비자를 중시하는 제품개발과 판매에 주력해야 한다.
방수공사의 경우, 현재 3년의 하자담보 책임이 있는데, 그동안 방수재료 업체에서는 주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품질보증을 행하였다.
그러나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 누수에 의한 가구의 손상 등에 대해서도 PL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건설업체 이외에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품질보증을 행할 필요가 있다. 고객의 요구를 수렴하는 창구도 활성화해야 한다. ISO 인증 등을 통해 품질관리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끝으로 건설업체나 건재 설비업체에서는 제조물책임법이 제정된 시대적 환경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에 관한 분쟁 처리 과정에서 제조물책임법의 제정 취지가 반영될 수도 있다. 따라서 주택업체들은 외국과 같이 주택PL센터나 성능보증기구를 설치해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최민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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