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덕의 승리

해가 저물고 있다. 10년같았던 1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금년에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요구받는 가운데서도 몇 가지 얻은 것도 있다. 사회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차분해졌고, 국민들의 직업관이 크게 바뀌었으며, 소비가 검소해지고, 전문가가 대접을 받게 된 것 등이 그것이다. 우리의 과오가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구별해 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우리가 겪는 불행의 상당 부분은 「도덕적 해이」가 그 원인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한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금년에 우리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비도덕적인 방법에 승부를 걸었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수도 없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우리 경제가 전혀 다른 차원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외형이 크다는 것이 곧 경제적 강자를 의미하던 양적인 성장시대는 가고 매출액과는 상관없이 흑자를 많이 내는 회사, 재무구조가 건실한 기업이 주목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행정주도·정경유착·차입경영 등에 의존하던 기업이 물러가고 투명한 경영으로 정직한 이미지를 쌓아온 도덕적 성가가 높은 기업이 일류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도덕성이 일류를 만드는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은 경제 전반의 거품이 제거되면서 정직과 신뢰가 국민들의 의식 속에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회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를 능가하는 경쟁력은 있을 수 없다. 가깝게 노사간의 신뢰는 생산성을 배가시키고, 소비자의 신뢰는 그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된다. 우리는 이 기회에 도덕적 긴장 이완이 곧 부실경영으로 이어진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는 이 땅에서 부당한 방법이 정당한 방법을 몰아내는 질서의 전도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제의 새 흐름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차제에 『나 혼자 맑은 것을 누가 알아주느냐』는 식의 자조적 패배의식에서 확실하게 벗어나야 한다. 거품 없는 알맹이 상태로 새롭게 출발하는 우리 경제가 도덕의 든든한 울타리를 세울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켜서는 안된다. 지금이야말로 부정하지 않은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고 정의로운 기업이 사회를 밝게 하는 한편으로, 당당하게 부를 축적하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할 때이다. 다가오는 새해는 경제주권을 되찾아 고통을 축복으로 바꾼 우리의 저력을 만천하에 내보이는 해가 되기를, 또한 도덕경영이 승리하는 사례가 보편화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21세기를 향해 다시 한번 힘차게 도약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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