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삼성 비자금 사건을 보며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기에 삼성그룹 비자금사건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 개인의 폭로로 시작된 이 사건은 이제 특검 도입을 둘러싼 정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마치 불꽃들이 밤하늘을 수놓듯이 여러 사건들이 대선의 열기를 달구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정치에 이용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국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경제력이고 그 경제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기업임은 말할 나위 없다. 한편 기업은 자사를 둘러싼 환경에 대처해 경쟁에서 이겨야만 생존할 수 있고 자사에 유리하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기업활동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번 삼성 비자금사건의 진위는 향후 검찰조사로 밝혀지겠지만 이 사건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기업활동의 문제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향후 사건의 처리와 관련, 이해당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를 하고자 한다. 먼저 문제의 당사자인 삼성그룹은 이번 사건을 기업 이미지 쇄신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삼성은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그러한 이유로 삼성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삼성은 그러한 시선을 일등 기업에 대한 시기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라는 말처럼 정직하게 대처함으로써 의혹의 불씨를 끄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둘째, 또 다른 당사자인 검찰 또한 이번 사건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행여나 ‘유전무죄’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된다면 사회질서의 근본 원리인 법치주의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검찰 당국이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특별수사감찰본부를 설치했으니 이를 통해 엄정하게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나아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헤쳐가야 하는 기업의 현실을 고려해 가능하면 조속히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기업에 주는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길 바란다. 셋째, 대선 정책 개발에 총력을 기울어야 할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정치 문제로 비화시키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누가 더 청렴한가를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이번 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활용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특검 도입에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검찰에서 공정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통한 소모전이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기보다는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넷째, 이번 기회에 우리 국민들도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있는 오늘날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기업환경을 찾아 세계로 활동 무대를 옮겨다니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이 국가의 고객이 된 셈이다. 기업이 우량고객을 원하듯이 국가도 우량기업을 유치해야 미래가 있다. 우리 사회는 이 땅에서 이미 활약하고 있는 우량기업을 시기의 대상으로 삼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는 우리 사회가 구축해야 할 소중한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문제를 분열이 아니라 통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라는 말을 쓰기조차 어색할 정도로 오늘날 우리 사회는 분열돼 있다. 이는 사회발전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받아들이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이번 삼성 문제를 통해서도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의 단기적인 이익만을 좇아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기업의 가치와 경쟁의 아름다움을 자신 있게 가르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통합해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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