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야후의 추억


야후(Yahoo).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트프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동물의 이름으로 야만인, 시골뜨기라는 뜻이다. 네티즌들에게는 지난 십여 년간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한 첫 관문인 '포털(portal)'사이트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야후는 스탠퍼드 대학 동기인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가 1995년 설립했고 1997년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야후가 올 연말 한국 시장을 떠난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 15년 만이다. 본사 차원에서 진행 중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한다. 지금은 사용자가 많지 않지만 과거 한국 시장에서 야후가 차지했던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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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첫 해, 300만 페이지 뷰를 자랑하며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로 우뚝 섰다. 디렉토리 방식의 검색 엔진으로 국내 인터넷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야후는 네이버, 다음 등 토종 포털 사이트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기 시작한 2000년 초까지 시장을 독식해왔다. 하지만 이후 경쟁자들과 달리 사용자가 눈길을 끌만한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고 점유율이 급격하게 줄어 갔다. 최근 국내 시장 점유율이 0.2%에 불과한 상태다. 야후의 몰락은 최근 구글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수익 모델의 불확실성에 따른 실적 악화 등 위축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게 IT 업계의 현실이다. 남은 자들 역시 안심할 수 없다.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지만 야후의 글로벌 서비스는 계속된다. 야후에는 7월 구글 부사장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합류했다. 구조조정과 더불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재기를 노릴 것이 분명하다. 야후가 언젠가 다시 국내 서비스를 재개하기를 기대해본다. 네이버ㆍ다음ㆍ네이트 등 국내 업체들도 좋지만 더 많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뛰어야 고객들이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포털 사이트가 사용자의 관심을 끌고 경쟁 속에서 발전하는 것이 IT 업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인터넷 발전의 1등 공신은 독점이 아니라 개방과 공유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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