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를 돌보는 할머니가 직장 일에 전념하는 할머니보다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하버드대 의대 부설 브리검 부인병원의 이선민 박사는 미국 보건저널(AJPH)에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1주일에 9시간 이상 손자ㆍ손녀를 돌본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 55%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박사팀은 간호사 5만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2~96년에 조사 대상 간호사 중 321명이 심장마비를 겪었는데, 직장 일을 그만 두고 손자를 돌보는 데 주력한 사람들은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장 일에 주력한 할머니 간호사들은 심장마비 위험이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박사는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의 심장마비 위험 증가는 아마도 스트레스 탓일 것”이라면서 “육아 부담에 시달린 할머니들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과 에너지를 잃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특히 “애를 키우느라 적정한 운동ㆍ식사ㆍ수면 등 건강에 필수적인 것들을 챙기지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할머니 7명 중 1명은 6개월 이상 손자를 돌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연구는 할머니도 상당수 취업하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99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학위를 한 이 박사는 금년 초에도 `남편의 병 간호를 하는 중년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심장병 발생률이 2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