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책硏도 "성장보다 물가"

'재정부 경기부양'에 비판적<br>"추경 통한 재정 확대보다 감세가 바람직"<br>올 성장률 전망치도 5%→4.8%로 하향


대표적인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운용 방향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입장과는 달리 경기부양보다 물가안정이 우선이라는 공식 보고서를 내놓았다. 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보다 감세가 바람직하다고 권고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0%에서 4.8%로 내렸다. ◇내수 큰 폭 둔화에 성장률 하락=KDI는 12일 발표한 ‘2008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상승 등을 감안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로 지난해 10월 예상치인 5.0%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성장률 전망은 지난 8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밝힌 ‘4.5% 이하’보다는 높지만 정부의 목표치 6% 안팎에는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내수가 큰 폭으로 둔화되며 경기둔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당초 예상치인 4.5%에서 3.0%로, 설비투자는 6.2%에서 2.4%로, 건설투자는 4.3%에서 2.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반면 수출 증가율은 미국경제 하강에도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 10.9%(금액 기준)에서 18.4%로 오히려 대폭 상향 조정했다. 경상수지는 적자축소 요인(환율상승)이 적자확대 요인(유가ㆍ원자재가격 상승)을 압도하면서 당초 26억달러 적자에서 균형상태에 가까운 6억달러 적자로 수정했다. 실업률은 3.2%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지난해 10월 전망치 2.8%에서 4.1%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내수가 둔화된 가운데 물가는 오르면서 서민가계의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유가ㆍ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에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의 악영향도 서민층이 주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실제 KDI는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NI) 증가율이 지난해(3.9%)의 절반에 가까운 2%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둔화된 성장률의 과실마저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800대 대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수출이 잘 나가는 반면 내수는 둔화돼 수출입 차이가 커지면서 계산상으로는 성장률이 올라가겠지만 경제적으로 즐거운 의미는 아니다”며 “생산이 잘돼도 구매력이 받쳐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장보다 물가 우선을”=KDI는 이번 보고서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와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재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KDI는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의지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당분간 조심스레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지면 궁극적으로 임금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경제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재정부보다는 한은이나 한나라당 입장과 비슷하다. 재정부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물가를 어느 정도 희생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KDI는 “단기적인 거시경제정책은 중기 물가안정 목표범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이내에서 내수둔화를 일부 완충하는 정도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비판했다. KDI는 또 최근 경기둔화 조짐이 경기급락의 신호로 해석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내수둔화에 대비해 어느 정도의 확장적인 재정정책은 필요하지만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KDI는 또 정부가 수출증가를 위해 환율상승을 사실상 유도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KDI는 보고서에서 “외환정책은 거시경제의 안정, 즉 중기적인 물가안정 목표를 준수하는 범위 이내에서 경기변동폭을 완충시키는 방향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환율상승은 물가상승과 국민들의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성장과 물가 가운데 물가안정에 더 방점을 두고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며 “지금은 단기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추경)보다는 효과가 완만하고 지속적인 감세를 추진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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