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이 일을 이어갈 젊은이가 나타난다면 참 좋을텐데….”
84년부터 서울 상계동에서 은명내과를 운영하며 어렵고 병든 이웃에게 인술을 펼쳐온 `상계동 슈바이처` 김경희 원장.
지난 43년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뒤 평생 신림동과 청계천, 답십리, 망원동의 불우한 이웃을 상대로 의료봉사 활동을 벌이다가 상계동에 자리잡은 김 원장은 꾸준히 베푼 선행으로 인근 주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84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직접 청진기를 꽂고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몸소 `사랑의 인술`을 실천하고 있는 그는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맞는 틈틈이 시간을 내 매달 2차례씩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85년부터 모두 2,000여명의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왔고 무료급식소를 차려 노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거나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왔으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왔다.
꾸준하고 다양하게 이어져 온 김 원장의 봉사정신의 결정체는 지난 2000년 5월 이 지역에 만든 `은명마을`. 노원 지역의 가난한 이웃 100가구를 선정해 `은명마을`을 건설한 김원장은 지금도 꾸준히 식구들을 찾아 의료 뿐만이 아니라 살림살이나 경조사 등을 챙겨주고 있다.
하지만 고령인 김원장의 뒤를 이어 사랑의 인술을 펼칠 의사가 없다는 것은 김원장과 그의 도움을 받아 온 사람들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김 원장은 “연초에는 현기증에 시달렸는데, 요새는 무릎에 디스크가 생겨 오래 걷지 못한다”며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사명감을 가진 젊은이가 나타난다면 참 좋겠지만 요즘 젊은이들 중 어디 그런 사람이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녀들에게도 물었지만 뜻이 없고 온 몸을 바쳐 헌신할 사명감을 갖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마음을 비웠다”면서도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헌신하는 삶은 진정 의미있고 보람있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도움을 받아온 이 지역 노인들은 “원장님이 나이가 많이 드신 데다가 요즘들어 기력이 많이 떨어지셔서 건강을 회복하도록 매일 기도하고 있다”며 “원장님 뒤를 이어갈만한 사람이 어서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