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극복 대책(대구섬유공단 연쇄부도)

◎수출물량 조절·값 유지 “관건”/공생구조 확립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체질 개선/과잉시설 감축위한 전·폐업보상­세감면도 시급『재고로 쌓여있는 직물을 그대로 비축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긴급비축자금 2천억원 정도는 지원해줘야 합니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윤호정 전무의 말이다. 『섬유업체가 어렵다고 해서 대구시나 중앙정부가 직접 지원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다품종 소량생산이나 선진적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과감히 지원할 계획입니다.』대구시 김기무 산업국장의 말이다.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대구·경북지역의 섬유산업이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제시되는 대책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지역 섬유산업의 총체적 위기는 지난 80년대초와 94년에 이어 세번째로 찾아온 것. 그때마다 유사한 요인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 만큼 이번에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게 업계와 지방정부,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총체적인 위기에 대한 대응책에서는 서로 엇갈리고 있다.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과잉시설을 줄이는게 당장 최선의 해결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쾌도란마식으로 처리하는 초법적 조치를 펼 수는 없다. 또 가깝게는 올해안에, 멀리 잡아도 내년 상반기중에 터질것으로 보이는 「집단연쇄부도사태」를 막기에는 촉박하다는 고민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의 방침대로 버틸수 있으면 버티고 그렇지 못한 회사는 어쩔수 없다는 적자생존식 처방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H사의 박모이사는 『지난 94년 섬유수출 1백억달러, 지난해 직물수출 1백억달러 등 수출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온 섬유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나 앞으로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섣부른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또 선진국형태인 고부가가치제품의 개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정책방향이 원론적으로는 옳더라도 현실에서는 요원하다는게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채산성 악화로 최소한의 상도의마저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백억대 부도를 낸 (주)제림 등 많은 기업들이 특정기술을 개발하면 한달도 안돼 경쟁업체가 이를 베끼고 아예 수출오더까지 가로채는 실정이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모두다 기술 베끼기나 오더 가로채기의 전력을 갖고 있으니까요.』(K사 이모부장) 여기서 공생할 수 있는 구조의 확립이 시급한 대책으로 제시된다. 즉 수출물량 자율제한과 가격유지 노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의 체질개선에 나서는 것이 단기적 처방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 따라서 「죽어가는 환자에게 아편으로 고통을 줄이는 처방」식의 금융지원이 아니라 전업 및 폐업에 대한 보상, 양도소득세 감면, 공장난립 방지를 위한 직물업 등록제의 부활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못지않게 업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과잉시설 상태인 워트제트기를 현 5만2천여대에서 3만대 수준으로 줄이는데는 업계의 「희생적 공조」가 필수적이다. 견직물조합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자금지원을 바라기보다 중소업체들의 전업과 폐업을 통해 반사적 이익을 누리게 되는 기존 대형업체들이 기금을 각출, 이들에게 보상지원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고 말한다. 이같은 대책을 강력히 시행하기 위해서는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계명대학교의 정기숙 교수는 『이를 위해 정부가 특정지역 불황타개를 위한 임시조치법(가칭) 등을 만들어 금융지원과 과잉시설 해소 등 종합대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대구=문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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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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