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선물 매도 공세에… '왝더독 장세' 당분간 이어질듯

외국인 주가 하락에 베팅… 프로그램 매물 대거 쏟아내

코스피 압박 악순환 반복

상황 더 악화되면 기관 물량도 나올수 있어

2차 충격도 대비 필요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로 현물시장마저 흔들리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최근 대내외 악재 속에 횡보하고 있는 코스피지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외국인이 코스피지수 하락에 베팅하면서 선물을 팔아 치워 선물과 현물 주식 간 가격 차이(베이시스)가 좁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에서 다시 '팔자' 주문이 대규모로 나오면서 코스피지수를 압박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기관투자가가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대항해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의 투자 방향이 변하지 않는다면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는데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외국인의 선물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200 지수선물 9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1.20포인트(0.48%) 오른 249.50으로 거래를 마치며 나흘 만에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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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강력한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200지수 선물시장에서 1,265억원 규모인 1.017계약을 매도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200지수선물 9월물 평균 베이시스도 -0.04포인트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프로그램 매매의 기준이 되는 베이시스는 이번주 초 0.43포인트를 기록했지만 지난 16일에는 0.05포인트까지 낮아진 데 이어 이날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베이시스가 악화되면서 외국인은 이날 프로그램 매매에서 차익과 비차익매매 모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특히 주식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매도로 쏟아져 나온 물량이 995억원에 달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급락하며 반등할 타이밍이 됐지만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선물매도가 프로그램 대량 매도로 이어지면서 지수가 지지부진했다"며 "FOMC 회의 결과와 메르스로 인한 경기위축 등으로 선물 매도가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매도 혹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코스닥이 반사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코스닥시장은 코스피에 비해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0.30% 상승한 2,034.86에 장을 마감했지만 코스닥지수는 1.75% 상승한 718.61을 기록한 것. 최 연구원은 "지금은 외국인들이 주로 선물시장에서 매도를 하고 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면 기관의 프로그램 매도도 나올 수 있다"며 "2차 충격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선물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당분간 왝더독 현상이 종종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3~4년간 나타난 파생상품시장 진입규제로 개인투자자, 개인투자자와 연계된 매매를 많이 하는 기관투자가 비중이 줄면서 외국인투자가가 시장의 다수가 됐다"며 "최근 매매 패턴을 보면 외국인은 장기적인 중립 내지 소폭의 조정을 염두에 둔 포지션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한동안 외국인들이 지수하락을 이끄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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