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수출 브리핑' 진통
최수문기자 chsm@sed.co.kr
최수문기자
산업자원부 수출입과 공무원들은 매달 1일이 가장 바쁜 날이다. 전월 수출입 통계를 집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해 1월1일이나 삼일절도 이들에게는 휴일이 될 수 없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던 지난 70년대 상공부 시절부터 이어져 오던 전통이다.
5월의 첫날인 1일은 토요일이었다. 이날도 오전11시에 이계형 산자부 무역유통심의관은 어김없이 과천 정부청사 브리핑실에 나타났다. 4월 수출입실적을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이 심의관은 자신감을 갖고 무역통계를 발표했다. 내용인즉 4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8.3% 증가한 217억달러를, 수입은 27.6% 늘어난 188억달러를 기록했고 무역을 해서 번 돈(흑자)이 29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수출액은 사상 최대고 흑자폭도 99년 이후 최대다. 산자부 직원들의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지금 수출해서 돈 못 벌면 바보 취급받는 세상”인 셈이다.
경제이론대로 간다면 국제 무역환경이 개선돼 수출이 늘어나면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투자는 당연히 증가한다. 투자가 늘면 고용이 늘어나고 국민 소득이 증가해 소비가 증가한다. 따라서 수출호조는 경기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무역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버는데 아직도 경기침체와 실업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 더 이상 수출로만 한국 경제가 버텨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수출의 고용유발도는 소비와 투자의 3분의2에 불과하며 총생산액 가운데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수출이 낮다. 수출의 부가가치유발효과도 내수ㆍ투자에 비해 낮고(0.63 대 0.79, 0.65. 2000년 기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거시ㆍ금융적으로 봐도 경상수지와 내수는 상충관계다. 과거 흑자기간에는 투자와 정부지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이는 대규모 흑자기조 아래서의 내수확대는 어려운 정책목표임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 경제도 수출에만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다. 내수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보다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산자부 수출입과 직원들이 매달 1일 근무하는 것을 자랑하던 시절은 지났다는 뜻이다.
입력시간 : 2004-05-04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