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나라 '행정도시법' 후폭풍

반대파 "수도지키기 투쟁" 당직 줄사퇴…지도부선 "정면돌파"

이재오ㆍ김문수 의원 등 행정도시 건설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3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모여 의원총회를 요구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홍인기기자

한나라당이 행정도시건설법 국회통과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반대파 의원들은 3일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수도이전 반대운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의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일부 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에 대해서는 정면돌파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양측의 대립이 첨예화하는 분위기다.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수도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 의원 32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수도이전 반대를 관철시키기 위해 위헌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시민ㆍ사회단체와 연계투쟁을 벌여나가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경기도의회, 과천시 의회를 포함해 수도이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학계와 적극 연대한다는 방침이다. 행정도시법 통과에 반발하는 주요 당직자들의 당직사퇴도 줄을 잇고 있다. 박세일 정책위의장의 당직사퇴를 시작으로 박재완 제3정조위원장이 사퇴를 선언했다. 유정복 제1정조위원장, 이혜훈 제4정조위원장, 이주호 제5정조위원장도 조만간 사퇴대열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의 정책기능이 마비될 위기다. 박진 국제위원장도 당직사퇴 의사를 밝혀 당직공백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파 의원들은 지도부 인책론까지 제기했다.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이번 표결처리를 책임지라는 압박이다. 이재오 의원은 3일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양식 있는 정치인이라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도부를 몰아부쳤다. 예상보다 거센 반발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면돌파로 대응할 방침이다.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3일 내분사태의 조기수습과 당 단합을 호소하면서도 사퇴의사를 밝힌 당직자들에 대해서는 해당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다짐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야당의 힘은 내부의 단결과 국민의 지지에서 나온다”며 “이번 사태가 한나라당이 단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파에 대한 보다 강한 제제를 주장하는 강경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행정도시법 통과시 의원직 사퇴를 공언한 박세일 정책위의장 등에 대해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비례대표인 박세일 의원이 “당이 반쪽 수도이전에 대한 반대당론을 채택하지 않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비례대표인 김애실, 박찬숙 의원 등도 의원직 사퇴를 언급했었다.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은 “박 정책위의장은 의사를 표시한대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면서 “당론결정 이후에 당과 대표를 흔드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당과 국가가 부여한 의원직을 함부로 사퇴하느니, 마느니 이렇게 경솔한 언동을 한 사람을 난 속으로 경멸했다”면서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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