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한미 FTA 반대여론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쌀과 개성공단 등 우리 약점에 대해 미국의 공세가 거세질수록 반(反) FTA 여론이 높아지고 최근에는 진보-보수간의 이념대립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미 의회가 무역대표부(USTR)에 전달한 협상지침에 대해 ‘일종의 기(氣)싸움’으로 평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실제 협상은 3차 때부터 진행된다”며 “협상을 앞두고 미 정부ㆍ의회가 한국을 상대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 역시 수용할 수 없는 분야가 있고 반드시 얻어내야 할 파트가 있다”며 “3차 협상에서 미국 측이 강하게 나온다면 우리도 이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서울에서 열린 2차 협상 때 미국 측이 약제비 적정화 추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일방적으로 회의를 중단하자 상품ㆍ환경 분과 회의를 취소시키는 맞대응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미국의 여론이 아니라 국내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는 한미 FTA 반대여론이다. 지난 20일 열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여ㆍ야가 긴급협의를 거쳐 농축산물 부문에 관한 자료 제출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국회에서조차 한미 FTA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국회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고 여기에 맞서 의원들은 국회 차원에서 협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다급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국내 협력단을 신설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측에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협상 중단 혹은 결렬 등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김성진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이에 대해 “그럴 여지는 거의 없고 현재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