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재계 서열 13위일 만큼 규모가 큰 대기업인 STX가 무너지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핵심아닌 것은 모두 팔아라"
금융감독 당국의 관계자는 5일 "경기 불황 장기화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덩치가 큰 대기업이 무너지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고용 안정을 위해 회생에 최대 중점을 두되 불필요한 자산을 모두 매각하는 방식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STX조선을 겨냥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대기업의 협력업체는 최대 130일 동안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상환을 유예받을 수 있도록 했다.
STX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미 해외 계열사들에 대한 매각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STX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류희경 부행장도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STX그룹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STX프랑스와 핀란드를 매각할 의사가 있어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TX에너지도 매각이 결정됐다. STX그룹이 STX에너지 지분 43.15%(+콜옵션 6.9%)를 국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넘기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TX는 이를 통해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을 넘기는 것에 대해 STX에너지의 최대주주인 일본 오릭스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TX는 조선소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STX는 중국 내 조선소인 STX다롄과 STX핀란드, STX프랑스 등 유럽 지역 조선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STX는 이들 해외 조선소 매각으로 최대 2조원을 손에 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매각 시점과 대금 확보시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조선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앞서 STX팬오션은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에 실패, 당분간 산업은행이 관리하게 됐다.
STX 입장에서도 인적·물적 구조조정이나 경영권 행사 제한 등의 이유로 자율협약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자율협약을 통한 채권단의 지원이 가장 든든하다고 할 수 있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자금난을 겪는 기업과 맺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채권단은 자금을 지원하면서 기존 대출의 만기를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 채권단, 추가적인 자금 지원
매각하지 않는 STX 계열사들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올해 최소 8,000억원을 추가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STX그룹의 계열사들이 줄줄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채권단은 지원할 금액 규모를 놓고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회사 운영자금 등을 고려하면 최소 수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번달 3,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STX조선해양에 회사 운영자금 3,000억원까지 더해 6,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 같은 산술 방식을 적용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금액과 계열사별 사정에 따라 추가 지원될 회사 운영자금을 합하면 8,000억원이 족히 넘을 것으로 금융권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연내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총 9,800억원이다.
지난 4일 1,0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은 STX조선해양은 오는 7일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추가로 돌아온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의 6,000억원 지원으로 한시름 덜었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STX는 당장 오는 14일 2,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TX는 7월 20일과 12월 3일 각각 800억원과 2,000억원의 만기를 맞는다. STX조선해양은 7월 17일 1천억원, STX팬오션은 10월 27일 2천억원의 만기를 각각 맞는다.
이번달 만기가 돌아오는 STX조선해양의 회사채(2,000억원)를 제외한 STX그룹의 회사채는 7,80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회사 운영자금을 보태면 채권단의 지원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채권단의 지원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9,100억원, 하반기 4,2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9,500억원, 2016년에는 620억원의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한편, STX조선해양에 이어 ㈜STX, STX중공업, STX엔진와 ㈜STX의 최대주주인 포스텍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STX그룹은 모회사부터 손자회사까지 동시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포스텍이 모회사라면 ㈜STX는 자회사, STX조선해양은 손자회사"며 "이들 회사의 '원샷' 구조조정으로 회생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