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9월 19일] 버핏톨로지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의 서브프라임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100년에 한번 있을 사건’으로 표현했다. 고집스러운 저금리 정책으로 자산버블을 유도한 장본인이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요즘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과장된 말만은 아닌 것 같다. 주 초부터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리메아(리먼브러더스ㆍ메릴린치ㆍAIG) 쇼크’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해결되기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리메아쇼크를 보며 ‘금융위기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한 위기도 멈추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특히 이번 리만브러더스와 메릴린치 문제는 지난 3월 파산한 미국의 5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나 7월에 문을 닫은 모기지 대출업체 인디맥은행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베어스턴스와 인디맥은 주택거품 붕괴에 따른 서브프라임 1차 충격파에 무너진 반면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는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발생한 2차 충격파에 쓰러졌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주택시장에서 상업용 부동산시장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3차 충격파는 신용 기반 거래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부문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갈수록 태산이다. 시장에는 공포만 남아 있다. ‘한국 증시가 FTSE 선진 시장에 편입됐다’는 대형 호재도 하락세를 멈추지는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끔찍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국의 VIX가 급상승하고 있다. 2000년 정보기술(IT)버블 당시 25% 수준까지 올라갔다 하락추세를 보였으나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다시 25%를 넘어섰으며 최근 30%를 훌쩍 뛰어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위기에 따른 폭락장을 두 손 놓고 바라봐야 하는 주식투자자들은 화병이 날 지경이다. 하락폭이 너무커 팔 수도 없고, 들고 갈수도 없는 상황이다. 펀드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너무 손실이 커 환매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증시 안정을 위해 “펀드라도 사겠다”고 말할 정도로 사정은 어렵다. 주식시장이 다시 큰 폭으로 추락할 경우 기관의 로스컷 물량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일반 투자자들이 줄지어 펀드를 포기하는 사태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달은 해외펀드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10월로부터 만 1년이 되기 때문에 펀드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실제 펀드런이 발생하면 국내 주식시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펀드시장에서의 진짜 걱정은 하락장보다 반등장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에 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펀드런은 아이러니하게도 반등장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포의 뒤편에서는 항상 희망이 따라온다. 최근 들어 다시 워런 버핏의 투자법인 버핏톨로지(Buffettology)가 눈길을 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버핏톨로지는 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10년을 내다보고 좋은 주식을 사 충분한 수익을 올릴 때까지 보유하는 버핏의 투자 전략이다. 워런 버핏의 며느리였던 메리 버핏은 ‘워렌 버핏만 알고 있는 주식투자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버핏톨로지를 소개하며 하락장에서 상승장으로 바뀔 때를 잘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요즘처럼 공포가 시장을 지배할 때 더욱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최근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승리 비결을 묻는 말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것(No Fear)”이라고 답했다. 두렵다고 시장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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