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돈되는건 다 판다"
왕회장·MH사재 1,500억·지분 2,000억등 처분
현대사태가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귀국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정 회장은 2일 저녁 귀국, 늦어도 정부가 ‘최후 통첩시간’으로 제시한 3일 안에 자구책을 내놓게 됐다.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대의 ‘특단의 자구책’을 요구받고 있는 현대의 기본방침은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판다는 생각으로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가장 아끼는 서산농장도 정부의 의도대로 매각하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을 정도. 현재 마련하고 있는 자구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서산농장이다. 담보를 통한 자금확보를 추진해온 그동안의 입장을 매각으로 바꾸었다.
문제는 가격. 정부는 공시지가(3,400억원)의 66%인 2,200억원으로 가치를 산정하고 있다. 이 값에 현대가 판다면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는 2일 “이 농장을 만들기 위해 쏟아넣은 돈이 1조원이 넘으며 장부가가 6,421억원, 주변 농지가격을 비교할 때 7,800억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정평가사의 의뢰가격도 6,700억원으로 나왔다는 것.
현대 구조조정본부측은 “정부가 동아건설의 김포 매립지 구입 때 조성원가의 7.7배를 산정한 것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며 이같은 가격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는 사재출자도 하기로 했다. 현대측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MH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생각으로 강도 높은 사재출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이 출자할 수 있는 것은 현대자동차 지분 2.69%(약 857억원)와 중공업 0.51%(약 77억원), 상선 0.28%(7억원)이다. 합하면 900억여원. 1,700억원 가량의 건설 만기 회사채의 출자전환도 실시할 계획이다.
직접적으로 유동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창업자가 직접 진화에 나서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는 게 현대의 설명이다.
MH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상선지분 (4.9%, 123억원)을 제외하고 전자 1.7%(604억원)와 종합상사 1.22%(9억원)의 지분을 내놓을 예정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지분을 모두 처분해 1,5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는 보고 있다.
MH 계열사가 갖고 있는 현대 계열사 지분도 모두 처분할 계획이다.
상선은 중공업 12.46%, 전자 9.25%, 증권 16.65%, 고려산업 4.91%, 엘리베이터 7.9%, 종합상사 2.99%를 갖고 있다. 그러나 중공업 지분은 그룹 내 역학관계상, 전자와 증권 등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기 위해 팔 수 없는 입장이다.
전자가 갖고 있는 종합상사 지분 3.0%(26억원)와 종합상사가 보유하고 있는 건설 1.86%(57억원), 인천제철 0.54%(13억원), 고려산업 3.29%(14억원), 엘리베이터 14.23%(57억원)을 팔아 142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 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산업개발 지분 2.82%를 처분하면 12억원이 추가로 마련된다.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매각으로 150여억원을 마련한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건설·전자·상선 등이 갖고 있는 정유·석유화학·현대아산 등 장외주식의 처분이 있다. 장외주식은 가격 형성이 잘 안되고 환금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이를 통해 2,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정 전 명예회장은 장외주식은 없고 MH는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현대투신 사태 때 담보로 제공했다.
이밖에 부동산 매각도 있다. 건설과 전자 등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해 2,000억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현대는 이같은 자구방안을 마련하면서도 채권단의 조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한 임원은 “채권단의 자세도 변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뜨겁다고 옆사람에게 안겨버리면 어쩌란 말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채수종기자
입력시간 2000/11/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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