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최후의 항쟁

제10보(173∼205)



아직도 백이 많이 모자라는 바둑이다. 그것을 쌍방이 잘 알고 있다. 창하오는 백78로 최후의 항쟁을 시작했다. 주변의 여건이 절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승부를 하자면 이렇게 버티는 도리밖에 없다. 부자는 안전한 방법으로 승부하지만 빈자는 그럴 수가 없다. 내 목은 훤히 드러낸 채로 상대방의 목을 노린다. 이것이 빈자의 승부법이다. 목숨을 걸고 싸워서 폭리를 기약한다. 요행을 바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속임수를 생각하는 것도 죄악이 아니다. 맞아죽으나 굶어죽으나 마찬가지. "옥쇄 작전입니다. 장렬하게 전사할 작정입니다. 창하오도 사나이니까요."(윤현석) 사실은 떼를 써보는 것에 불과하지만 검토실의 모든 고수들은 아무도 창하오를 탓하지 않고 있다. 백86이 놓였을 때 이세돌은 5분을 숙고했다. "마지막으로 계가를 해보는 모양입니다. 반면으로 흑이 20집 이상 이겨 있습니다."(강지성) 강지성이 타이젬에 참고도1의 흑1 이하 7을 올렸다. 수상전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실전보의 흑105를 보고서야 창하오는 비로소 돌을 던졌다. "사실은 좌하귀의 접전이 끝났을 때 이미 승부가 확정된 바둑이었어요."(김만수) 참고도2의 백1로 하변의 흑진이 뻥 뚫렸을 때만 해도 검토실에서는 백이 멋지게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가 흑2 이하 6으로 백 5점이 잡혀 버렸다. 창하오는 패를 내는 수단을 만들어냈지만 팻감사정도 여의치 않았고 여기서 형세가 판가름나고 말았던 것이다. "시종일관 이세돌이 창하오를 압도한 바둑이었습니다. 이런 기세라면 5번기가 3대0으로 끝날지도 모르겠습니다. 6개월 동안 휴직하면서 이세돌의 기량은 줄어들기는커녕 훨씬 원숙해진 느낌입니다."(김만수) 205수끝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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