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과의 무한 경쟁을 눈앞에 둔 국내 은행들이 고소득층 고객층을 지키느라 부심하고 있다.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 제일은행을 각각 인수할 HSBC나 뉴브리지캐피탈과 국내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씨티은행 등이 실제 은행에 수익을 안겨주는 고소득층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정함에 따라 조흥·국민·하나 등 국내 시중은행들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은행 고객의 10%에 해당되는 고객이 총 예수금의 80%를 차지한다고 알려질 정도로, 실제 은행에 수익을 안겨주는 고객층은 소수에 한정돼 있다. 따라서 이들이 외국계 은행으로 이탈할 경우 국내 은행은 수익에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고객의 10~20% 가량에 해당되는 중·고소득층 우량고객으로부터 대부분의 수익을 내고 있으며, 나머지 80~90% 고객들과의 거래는 사실상 공공서비스 차원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계은행이 우량고객을 빼앗아 가면 국내 은행들은 서민금융만을 전담하는 신용금고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개인고객 전담 PB(PRIVATE BANKING)와 기업금융 전담 RM(RELATIONSHIP MARKETING) 제도의 개선안 마련을 위해 다음주부터 맥킨지컨설팅사로부터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PB와 RM의 역할을 재검토, 고객 전담제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단기간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라며 『우량고객을 둘러싼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합병을 앞둔 조흥은행 등 선발은행들은 외국계 은행뿐 아니라 신한·한미·하나 등 국내 후발은행들의 우량고객 공략도 막아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조흥은행의 경우 전체 고객 가운데 상위 3.2%에 해당되는 극소수가 은행 총 예수금의 75%(9조8,000억원)를 차지, 이들에 대한 외국계·후발은행들의 공략을 막아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흥은 이를 위해 고객층을 세분화, 고객별로 영업전략을 세우는 한편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병원·법원·공항 등 틈새시장과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대학에서의 영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한빛은행도 1,000만원 이상을 예치한 고객은 전체의 4.5%에 불과하지만, 총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2%에 달한다고 은행측은 밝혔다.
소매금융 전담은행인 국민은행도 PB 역할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고객수의 8.7%에 해당되는 주거래고객이 총 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9%, 전담 PB가 관리하는 상위 2%는 총수신의 59.3%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상위 2%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고객의 각종 기념일을 관리하고 있으며, 속초에 위치한 은행 연수원을 무료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