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이 추진한 '대약진운동'은 기아사태까지 부르는 대실패로 끝났다. 위기를 느낀 마오는 정적을 제거하려 1966년 홍의병을 조직해 '문화 대혁명'을 일으키고, 이들은 전 중국을 10여년간 사실상 무정부상태로 몰고 간다.
이로부터 10년, 여전히 당시의 증오와 복수심이 새겨져 있지만 사람들은 모른 척한다. 위화는 단편 '1986년'으로 실종 10년만에 미치광이가 된 채 고향에 돌아온 한 사내를 그린다. 새 가정을 꾸린 아내와 딸은 홍의병 보듯 몸서리치고, 사람들은 미쳐 자해를 거듭하는 그를 웃음거리로 만든다. 힘껏 문화대혁명을 잊어버린 사회는 연민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경악만이 담긴 탄식을 쏟아낼 뿐이다.
이 책은 위화가 1980년대 후반, 아직 신인이던 시절 쓴 작품들 중 세 작품을 고른 것이다.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인생', 국내서도 주목받은 '허삼관 매혈기' 등으로 이제는 중국 대표작가가 된 그가 데뷔 초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표제 작품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다. 성욕과 독점욕, 과시와 질시, 그리고 충동이 돌림병처럼 하나하나 지나가면 음산한 운명만이 기다린다. 또 '이 글을 소녀 양류에게'에서는 한 시골 소녀의 각막을 이식받은 청년이 그 아버지를 찾아가고, 그 여정에 국공내전 시절 설치한 폭탄 이야기가 등장한다. 서너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 같으면서도 하나인 것 같은 모호한 설정은 사실과 기억의 경계를 흔든다. 1만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