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2년째인 2004년은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든 분야에서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정치에서는 4월15일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어떤 식으로든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북한핵문제도 관심거리다. 경제ㆍ사회적으로는 불안요인들은 새해에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경제가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는 하지만 신용불량자, 청년실업문제는 사회안정과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있고 노사갈등과 불안정한 부동산시장 역시 만만치 않다. 외국자본의 국내진출 가속화에 대한 대응문제 등도 핫 이슈다.
이런 난제들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한국경제는 새로운 도약이냐, 아니면 후퇴냐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새해 10대 이슈를 조망한다.
(경제)
◇신용불량ㆍ청년실업 문제=작년 10월말 현재 신용불량자는 약 360만명. 경제활동인구 2,320만명을 기준으로 보면 6명중 1명꼴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문제는 카드사들의 잇딴 긴축조치로 올 상반기까지는 계속 이슈가 될 것이다. 개인워크아웃제 등 구제책 등도 신용불량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중에는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신용불량자의 50% 정도가 소비욕구가 왕성한 20~30대 청년층이어서 신용불량자 문제는 청년실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 청년실업자는 지난 10월말 현재 35만6,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절반에 근접한다. 청년실업은 인적자원의 낭비로 생산성 저하와 성장동력약화를 초래하는 불안요소다.
그러나 청년실업문제는 신용불량문제와 함께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갖지 못한 기업들이 신규인력채용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고, 설령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인다 하더라도 고용증가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고용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공동화=제조업 공동화는 경제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새해 핫이슈 가운데 하나다. 높은 임금과 잦은 노사분규, 정부의 각종 규제 등으로 국내에서는 기업하기 힘들다며 중국 등지로 탈출하겠다는 업체들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설비를 뜯어 해외로 옮기는 사례가 외환위기후 매년 30%씩 늘어 무려 4,000건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9월말까지 790건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70%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으로 몰려갔다.
이에 비해 국내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급감하고 있으며 특히 탈(脫)한국업종이 첨단산업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돼 이제 제조업 공동화는 우려의 단계를 넘었다.
앞으로도 제조업 공동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경제는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제조업 공동화가 가속화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단순한 생산거점의 이전차원이 아니라 기술공동화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조업 공동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내수침체를 수출로 돌파하기 위한 국내기업들의 노력은 새로운 시장개척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브라질과 인도 등 성장잠재력이 큰, 이른바 신흥시장진출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어 제조업 공동화 가속화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
신흥시장 진출은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ㆍ서비스업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은행ㆍ증권사의 중국 진출이 확산되고 있고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조어)시장진입도 확대될 전망이다.
◇외국자본 국내진출 확대와 2금융권 구조조정 지속=외국자본의 국내시장 진출은 금융업을 위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4년에도 금융권 구조조정이 지속될 예정이어서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자본은 이미 은행권에서 제일, 외환, 한미은행 등에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보험ㆍ증권ㆍ카드 등 제2금융권에 대한 진출도 활발하다. 푸르덴셜은 현대투자증권과 투신운용을 사들인데 이어 제일투신증권도 인수한다. 이밖에 메릴린치, 씨티은행, 골드만삭드 등 5~6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도 국내 투신시장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외국자본의 국내진출확대는 선진금융기법 도입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금융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토종자본의 위축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이에 따라 외국자본에 대항하기 위한 사모펀드 조성 등 국내자본의 대항마를 키우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헌재 펀드 등 국내자본의 세력화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제2금융권에도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잠재 불안요인으로 지목되는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의 매각작업이 본격화되고 증권사의 경우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이 가시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업계는 경영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긴축경영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
◇17대 국회의원 선거=4월15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는 올해 최대 정치 이벤트로만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구도는 물론 경제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권이나 야권 누가 승리하든 간에 한차례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질 전망이다.
만약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이 대거 약진하거나 승리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강화되고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의 혼선이 해소되고 경제현안 해결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권이 이기면 국정혼란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높다. 물론 대통령이 총선에서 실패할 경우 연립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이 지켜질지는 두고볼 일이다. 특히 선거구도가 지역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정책보다는 이념문제가 선거쟁점으로 부각될 경우 심각한 선거 후유증도 우려된다.
◇북한핵 문제=북한핵 문제는 2004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핫 이슈다. 리비아까지 대량살상무기 포기선언을 한 마당에 세계의 눈과 귀가 북한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11월)는 미국도 대통령선거를 치루기 때문에 재선을 노리는 부시 행정부로서도 북핵 문제를 마무리지어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고 싶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북한 모두 강경노선에서 벗어나 대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어 2월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6차회담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지 초미의 관심사다.
(사회)
◇부동산시장 안정=부동산시장은 휴화산이다. 10ㆍ29대책으로 부동산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조그만 불씨만 살아나도 다시 활활 타오를 소지가 많다. 부동산 전문기관들이 실시한 `2004 유망 재테크`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부동산이 여전히 최고의 재테크수단으로 손꼽힌 것은 이같은 사실을 대변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세강화, 세무조사, 대출한도축소 등이 효력을 발휘해 부동산시장이 연착륙하고 있지만 선거가 있는 해에는 부동산값이 뛴 경우가 많아 새해에도 약효를 발휘할 지도 관심이다. 또 토지공개념 도입 등 2단계 주택시장안정대책을 시행할 지의 여부도 주목대상이다.
◇노사 갈등=올해도 노사간 대립과 반목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2월초 정부가 발표한 노사관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 노사 모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갈등은 국내기업을 해외로 떠나게 하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가로막는 최대 애로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이해집단의 목소리가 커지는 총선거가 예정돼 있어 노사갈등이 더욱 격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04`10대 핫이슈
(경제)
▲신용불량자 급증
▲청년실업
▲제조업 공동화
▲제2금융권 구조조정 가시화
▲외국자본 국내진출 확대
▲신흥시장 진출 가속화
(정치)
▲17대 총선거
▲북한핵문제
(사회)
▲노사갈등 심화
▲부동산가격 안정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