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MB 첫 시험대는 노조와의 싸움

[데스크 칼럼] MB 첫 시험대는 노조와의 싸움 김인영 부국장대우 국제부장 inkim@sed.co.kr 지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기 직전에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후유증에 휩싸여 있었다.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로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1970년대를 관통하던 경기침체는 1980년대 초에도 이어졌다. 이러다간 미국 경제가 일본과 독일에 뒤처져 2등 국가로 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때 나타난 인물이 할리우드 영화배우 출신인 레이건 후보였다. "미국인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겠다"고 한 그의 호소는 미국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레이건이 집권 후 처음 부딪친 시련은 노조와의 싸움이었다. 집권 첫해 8월 항공관제사 노조가 불법 파업에 돌입했다. 연방 공무원인 항공관제사의 파업은 레이건에겐 엄청난 시련이었다. 50년을 이어온 민주당 지지 전통을 깨고 자신을 지지해주던 노조가 법을 어기며 파업을 단행한 것이다. 레이건은 즉각 군용 비행장의 관제사들을 동원하고 48시간 안에 직장에 복귀하지 않는 관제사는 모두 해고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국민들은 레이건이 한때의 우군을 가혹하게 처벌하리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건은 엄격하게 불법 파업에 대처했다. 파업 가담자 1만3,000명 가운데 1만1,345명을 해고했다. 레이건은 정부 조직을 대폭 줄이고, 세금을 크게 감면하는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불치병에 시달리던 미국 경제가 살아나 1990년대 10년 호황의 기틀을 마련한 결정적 계기는 노조와의 싸움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은 그의 리더십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가 직면한 경제 상황이 레이건 당시와 비슷하다. 국제유가와 곡물가가 수직상승하고,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일본에 치이고, 중국에 밀릴 것이란 경고는 이미 오래된 얘기다. 이 대통령은 레이건처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를 줄이고, 감세를 제시하지만, 이런 조치들만으로 한국 경제가 당장 살아난다고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노동 현장엔 전운이 감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에서는 투쟁을 하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감옥 갈 각오로 철도와 항공기가 멈추고 전기공급이 끊어지는, 제대로 된 총파업을 하겠다"며 거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강경 노선을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의 말대로 노동계의 올해 춘투가 '제대로 총파업'이 된다면 이명박 정부도 레이건처럼 첫 관문에서 노조와 부딪칠 것이 명확해진다.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 노조의 불법 파업을 차단함으로써 경제개혁의 리더십을 확인받은 지도자는 레이건만이 아니다. 마거릿 대처 총리가 집권했을 때 영국은 두 세기 동안 세계의 패권을 쥐던 제국의 영광은 사라지고 파업으로 해가 뜨고 지던 나라였다. 그는 1984~85년 영국 최대 강경노조인 탄광노조가 찬판투표를 거치지 않고 불법 파업을 단행하자 공권력을 투입해 제압했다. 프랑스 병을 치유하기 위해 나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지난해 노조의 파업에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은 깔끔하지 않았다. 각료 인선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실망했고 집권 세력이 벌써부터 오만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에게 표를 모아줬던 많은 국민들은 '반드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믿고 있다. 그에게 보내준 압도적인 표는 그의 경륜과 철학에 대한 지지이기도 하지만 불도저와 같은 그의 실천력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경제를 살리려면 불법 노동투쟁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도 새 정부의 실천력을 기대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과정에서 다소 서툰 점을 보였지만 이미 예고된 노동계의 총력투쟁에서 한치라도 밀렸다가는 경제를 영영 살릴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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