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 최전방 철책선 중 일부가 절단된 흔적이 발견돼 우리 군이 대침투상황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해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군은 북한군의 침투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인 수색및 검문검색에 나섰으나 발자국을 포함한 대공용의점은 현재까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약 4m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설치된 철책선2곳이 가로 40㎝, 세로 30∼40㎝ 크기로 절단된 점에 비춰 북한군의 침투 가능성 등다각적인 분석을 진행 중이다.
먼저 최근 개성공단 개발사무소 준공 등 남북간 교류와 협력 사업이 확산되는데 위기감을 느낀 북한 군부가 군사적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남북간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에서 간첩을 침투시켰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과잉 충성하는 군부내 일부 세력이 최근 휴전선 일대에서 각종 선전물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문구가 없어진 데 불만을 품고 긴장상황을 촉발했을 가능성도 군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최근 대량탈북을 염두에 두고 중국과 국경을 이른바 '국방 최전선'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 북한 군부가 최전선이 '휴전선'에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한 일종의 시위 차원에서 대남침투를 시도했을 수도 있다.
이 밖에 휴전선 일대에 주둔 중인 북한군이 우리 군의 대북경계태세를 떠보기위해 실제 무장간첩을 침투시키지는 않고 철책선만 절단하고 북으로 되돌아갔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북한 공작원이 침투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이동흔적을 좀처럼 남기지않는 북한 간첩들의 과거 행태로 볼 때 이들에 의한 소행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철책선 기둥 밑부분을 `ㄴ' 형태로 절단한 뒤 원위치로 되돌려 놓으면 육안으로 좀처럼 식별되지 않는 점에 비춰 이번 소행이 공작원에 의해 저질러졌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탈북자가 휴전선을 통해 넘어왔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북한-중국 국경지방이 주요 탈북 루트로 이용되고 있는 점, 자진 신고한 탈북자가 26일 오전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는 점 등으로 미뤄 이 역시 가능성이 낮다.
북파공작원에 의한 소행도 의심할 수 있으나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대북 공작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졌고, 특히 김대중 정부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남북관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도 거의 전무한 셈이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 황중선(준장) 작전처장은 "침투에 무게를 두고 작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