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남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사고 후 구조된 단원고 2학년 김진태군은 사고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김군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1층 라운지에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쿵 소리와 함께 배가 확 쏠리면서 벽에 머리를 부딪쳐 귀를 다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배가 기울면서 매점에 쌓여 있었던 술병들이 깨져 뒹굴고 그 사이에서 학생과 일반인들이 나뒹굴면서 로비는 아비규환의 장으로 변했다. 특히 매점에 세워져 있던 전기온수기가 넘어지면서 화상을 입은 중상자가 많았다.
김군은 선내방송에 따라 40여분을 기다린 뒤 밖으로 나와 어민들에게 구조돼 진도실내체육관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업무상 인천을 찾았다가 제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한 허웅(53·제주도 서귀포시)씨는 "잠을 자고 있었는데 쾅 하고 소리가 나 깨어보니 순간 배가 기울고 있었다"며 "선미 부분에 있는 기둥에 매달려 있다고 구조됐다"고 말했다.
유모씨는 "배가 갑자기 기울더니 물이 바로 차올랐다"며 "아래층에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물에 잠긴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한승우(16)양은 "이렇게 큰 배가 설마 침몰할 줄은 몰랐고 간단한 사고인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에 정신이 없었다"고 긴박했던 사고순간을 전했다.
한 달에 수차례 진도∼제주를 오간다는 화물기사 10여명은 "4층 식당 옆 기사 대기실에 있는데 9시쯤 넘어 배가 갑자기 쏠리면서 15도가량 기울더니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불과 30∼40분 만에 배가 90도로 완전히 세워졌다"고 증언했다.
구조된 정모(16)양은 "여객선 2층 방 안에 있었는데 큰 소리가 들린 뒤 갑자기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밖에 나와보니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정양은 "당시 머리 위로 여행가방과 소지품들이 바닥으로 쏟아졌고 곳곳에서 학생들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구조원이 건네준 호스를 잡고 침착하게 탈출한 정양은 현재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임시 치료를 받으며 정신적 안정을 취하고 있다.
경상환자들이 후송돼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는 구조된 학생들이 얼굴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찾으며 울먹이기도 했다.
아직 사상자와 실종자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식이 끊긴 자녀를 찾아 헤매는 학부모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안산에서 내려왔다는 한 학부모는 연락이 닿지 않은 딸을 찾아 중상환자들이 후송된 진도와 해남의 병원, 진도실내체육관 등지를 뛰어다녔으나 딸의 소재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울먹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딸을 봤는지 물어봤으나 아직도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제발 살아있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구조자들이 도착하는 진도 팽목항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