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남의 탓 하지 말라(사설)

세계 증시의 동반붕락 사태가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뉴욕 증시의 주가가 회복되어가고 있고 한국증시도 폭락세가 일단은 멈춰섰다.그러나 불안이 가신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의 증시와 외환시장은 외국의 낙관론과는 달리 비관론으로 팽배해 있다. 내부적 불안요인이 뿌리깊기 때문이다. 세계적 주가 대폭락 파동은 동남아주가의 위기 발생때부터 예고됐던 것이다. 미국도 낙폭이 문제였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과열증시의 일시조정으로 보고 거품빼기의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벌써 위기국면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정부는 애써 위기 진행을 외면하거나 부인해 왔다. 우리 경제는 기초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외환 금융 위기상황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나타났다.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환율은 연일 급등하는 등 금융대란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나섰지만 약발이 듣지 않는다. 국내 위기가 주로 동남아 금융 외환위기 파장의 확산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핑계없는 무덤 없다고 하더니만 핑계치고는 무책임하기 짝이없다. 세계증시의 붕락은 또 하나의 핑계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최근 국내의 주가폭락 환율급등으로 이어지는 금융위기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요인으로 빚어진 상황이다. 취약한 경제, 위기관리능력 부재, 안이한 대책, 정부정책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때문에 미국 증시가 낙관에 차있는데 비해 한국은 여전히 비관론과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대기업 연쇄부도, 금융경색, 주가폭락, 금리상승, 환율폭등, 금융부실화로 되풀이 되는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장경제병에 걸려 있는듯 안이하다. 시장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는데도 시장경제 논리에 집착, 무책과 응급책을 오락가락한다. 응급책도 번번이 실기했다. 불신과 불안감의 확산을 자초한 것이다. 외국인투자가가 자금을 회수하고 외국자금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 증시를 떠받칠 것으로 기대했던 외국자본이 이탈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한국경제에 정책도 믿을 수 없으니 떠나는 건 당연하다. 이탈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는 기아사태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기아사태가 위기의 근원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정부는 미적거리고 있다. 기아문제의 무책도 기아측 탓으로 돌린다. 이제는 또 동남아 위기와 미국증시 탓으로 핑계댈 것인가. 과거 오일쇼크 때도 보아왔던 책임 회피다. 물론 해외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심리적 영향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체질이 튼튼하고 정부정책에 신뢰만 있으면 걱정할 것 없다. 경쟁력이 취약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쌓여서 생긴 위기를 남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지금 시급한 위기대책은 정책신뢰 회복과 불안감 해소다. 그것은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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