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뉴욕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주에 다우존스 1만 포인트, 나스닥 1,700 포인트, S&P 500 1,100 포인트의 심리적 저항선이 일제히 무너진후 월가 투자자들은 낙관론보다 비관론에 비중을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미국의 1ㆍ4 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8% 성장,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냈지만,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주 동안의 어닝시즌(earning season)에서 상장기업들의 1분기 수익이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고, 2분기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물거품이 되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수익 평가기관인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77%의 상장회사의 수익은 전년동기대비 12.2% 하락한 것으로 집계돼, 한달전에 애널리스트들이 8%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들은 500대기업(S&P 500)의 2분기 수익 전망을 이달초에 8.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최근에 7.4%로 하향조정했다.
중동의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이 철군하는듯 싶더니, 공격을 재개했고, 이라크에 시비를 거는 목청이 높아지면서 유가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증시 애널리스트와 브로커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했다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은인자중하던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가 검찰과 공동으로 조사에 들어가, 증권시장의 중매쟁이들이 철창살이를 할 판이니, 신이 날리 없다.
뉴욕 증시의 투자 패턴도 바뀌고 있다. 90년대말 증시 호황기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곧바로 사자 세력이 몰려들었다. '주가는 오르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투자의 좋은 기회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분위기가 다르다. 주가가 빠져도 사질 않는다. 2년 동안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올라갈 때 동반 참여해도 늦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따라서 기술적 반등이니, 저가 매수니 하는 용어들이 많이 사라졌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지난해 9월 테러 직후 하락폭 다음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3.4%, 블루칩 500개 지수인 S&P 500 지수는 4.3%, 나스닥 지수는 무려 7.4%나 폭락했다.
나스닥 지수와 S&P 500 지수는 지난해 9ㆍ11 테러 직후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징적인 다우존스 지수마저 연초 출발점에서 1.1% 아래로 내려갔다.
◇ 회계문제 또다시 부상
뉴욕 증시에 또다시 팽배한 분위기는 제2의 엔론이다. 타이코, 월드컴, 다이너지등이 다음 타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해전만 해도 잭 웰치 회장이 경영하는 "제너럴 일렉트릭(GE) 같은 기업을 사라"는게 월가의 유행어이지만, GE의 회계 문제에 의심이 가면서 요즘 "GE같은 회사"라는 말이 욕이 되어버렸고, 사지 말아야 할 주식을 표현하는 용어로 되어 버렸다.
타이코 인터내셔널은 막대한 부채를 갚기 위해 플라스틱 사업 부문과 금융부문을 매각하겠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은 엔론의 초기 상황을 직감하면서 주식을 내다던져, 지난주에 주가가 33% 폭락했다. 제2의 장거리 전화회사 월드컴은 막대한 부채와 수익 저하로 지난주 닷새동안 45% 가라앉았고, 엔론을 먹으려 했던 다이너지도 똑같은 회사로 취급돼 무려 47% 급락했다. 회계 시비에 휘말린 GE는 지난주에 6.5%, IBM 4.8% 하락했으며, 두 회사의 주가는 올들어 각각 21%, 30% 하락했다.
◇ 기업 수익 관심 지속
이번주에도 지난 2주에 이어 나머지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계속된다. 다우존스 지수 구성 기업으로는 프록터 앤 갬블(P&G)이 30일 실적을 발표하고, ▦29일, 타이슨 ▦30일, 옴니콤, KPMG, 퀘스트 ▦5월1일, 옥스포드 보험 ▦2일, 존 핸콕, 캘파인등이 예정돼 있다.
주요지표로는 30일에 컨퍼런스 보드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되는데, 월가에서는 3월보다 하락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5월1일에는 공급관리연구소(ISM) 제조업 지수가 발표될 예정인데, 살로먼스미스바니는 4월 지수가 3월의 55.7보다 약간 향상된 56.7로 예상했다. 2일에 나오는 3월 공장주문은 2월과 동일 수준이 될 것으로 월가에서 예견하고 있다.
또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마이클 모스코, 샌프란시스코의 로버트 패리, 애틀란타의 잭 맥귄 총재, 워싱턴 본부의 마크 올슨, 에드워드 그램리치, 수전 슈미트 이사등 FRB 간부들이 줄줄이 미국 경제와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