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 요건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정부는 또 19일 제시될 미 측의 한미 FTA 협정문 초안의 개괄적 내용을 공개하고 오는 6월 말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김종훈 한미 FTA 우리 측 수석대표는 17일 무역센터에서 개최된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기간산업을 보호하는)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에 대해 공감한다”며 “국가 안보상 필요한 부분에는 총괄적으로 투자에 제한을 두는 조항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기간산업, 특히 통신 투자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 20%로 우리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KTㆍSK텔레콤 등 기간통신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취득을 49%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는 또 “미국의 무역규제에 대해서는 강하게 태클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반덤핑 제도를 남용해 무역장벽으로 쓰는데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의견이 많아 협상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통관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협상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미국을 벤치마킹해 취약한 지적재산권 보호 분야와 낙후된 일부 서비스 분야의 혁신역량을 높여가겠다”고 말해 협상에서 지재권 강화와 서비스 개방 확대를 용인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요구가 많아 피해가 클 농업협상과 관련해 김 대표는 “농업에서 미국이 원하는 잠재적 이익은 최대한 국내시장의 제3국 점유율에서 충족되도록 양허안을 만들 계획” 이라며 “미국 농산물시장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분야도 발굴해가겠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19일 미 측의 협상문 초안을 받으면 개괄적 내용을 정리해 공개하고 이에 대한 우리 측 입장도 밝힐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2월 초 무산된 뒤 열리지 못하고 있는 한미 FTA 공청회는 1차 본협상을 끝내고 준비 등을 거쳐 6월 말 개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