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잊혀지나

분향소 조문객 급감으로 10곳 중 8곳 문닫아

잠복했던 불만 불거지며 소송·고소도 잇달아

세월호 참사로 취소된 공연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정부가 명예훼손을 문제 삼아 세월호 참사 생존자를 고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참사 직후 전 국민이 동참했던 애도기간에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문제들이 하나둘 불거지는 모습이다.

음악 페스티벌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의 기획사 측은 최근 고양문화재단 측을 상대로 11억3,5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최근 서울서부지법에 냈다고 3일 밝혔다. 당초 지난 4월26~27일, 5월3~4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 행사는 공연 하루 전날인 4월25일 공연장 대관 업무를 하는 재단의 통보로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재단 측은 "같은 달 16일에 발생한 진도 여객선 침몰 희생자와 실종자, 그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음악행사 진행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취소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공연 취소로 인한 막대한 손해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기획사 측은 결국 이 문제를 법정까지 끌고 갔다.


1일에는 세월호 구조활동에 나섰던 목포해양 경비정 123정 관계자들이 사고 생존자 전병삼(48)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전남지방경찰청에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 "해경 관계자들이 구조 사진을 찍으려는 목적으로 다시 바다로 뛰어들라고 지시했다"는 전씨의 발언이 허위라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 측은 3일 성명서를 내고 "세월호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생존자에게 해경이 극단적 방법인 형사 고소를 감행한 것은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공격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라며 "앞으로 있을 진상규명 과정에서 해경 측에 더 불리한 증언이 나오지 않도록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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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됐던 분향소도 최근 조문객 수 급감,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빠르게 문을 닫고 있다.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5월 중순께 전국 156개소에 달했던 세월호 합동분향소는 세월호 참사 79일째인 3일 현재 23개소에 그쳤다. 참사 직후 우후죽순 설치되던 분향소 10곳 중 8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분향소 폐쇄의 주된 이유는 조문객 수가 줄고 있어서다. 실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의 경우 사고 초기 하루 2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던 조문객 수가 현재는 하루 400~6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지자체의 경우 더욱 심해 하루 10명도 채 들르지 않는 분향소가 대부분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자체 등에서 안산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철수하라는 공문을 내려주면 안 되냐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기초자치단체의 분향소 철수는 자율에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요청이 들어온다는 것은 아직 시민들의 애도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철수하기가 쉽지 않아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 직후에는 전혀 없었던 이런 양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자 피해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두려움 섞인 호소가 나오고 있다. 변협 측의 한 관계자는 "아직 발견하지 않은 실종자 수색과 피해자 보상 문제에만 집중해도 갈 길이 먼데 다른 곳에서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가족들 사이에서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는데 모두가 너무 빨리 세월호를 잊는 것 같다는 아쉬움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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