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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5~7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마그리트와 아르망’은 발레리나 김주원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획한 첫 공연이다. 15년 동안 수석무용수로 활약해온 국립발레단을 떠나 지난해 6월 홀로서기에 나선 후 오르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마그리트와 아르망’은 영국 로열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내다 1988년 사망한 프레데릭 애슈턴이 20세기 최고 무용수 커플인 마고 폰테인과 루돌프 누레예프에게 헌정해 1963년 초연한 작품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와 이 소설을 오페라로 재구성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35분 안팎의 단막 발레다.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선율 속에 파리 사교계의 꽃 마그리트와 귀족 청년 아르망의 슬픈 사랑은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1963년 초연 당시 21회의 커튼콜을 받을 만큼 열렬한 갈채가 쏟아졌지만 폰테인이 사망하면서 20년 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2000년이 돼서야 무용수 실비 길렘과 니콜라 르 리슈에 의해 다시 빛을 봤다.
길렘 이후에도 이 작품은 타마라 로호, 줄리 켄트, 니나 아나니아슈빌리 등 당대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에게만 허락됐다. 저작권을 가진 애슈턴재단의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주원은 저작권을 가진 애슈턴의 조카에게 프로필과 동영상 등을 꼼꼼히 준비해 보냈고 마침내 지난해 여름 결실을 얻게 됐다.
‘마그리트와 아르망’이 우리나라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며 김주원은 동양인 발레리나로는 최초로 마그리트를 연기하게 됐다.
국립발레단 시절 김주원과 가장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김현웅(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이 마그리트의 연인 아르망으로 호흡을 맞춘다.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 발레리노이자 안무가인 이렉 무하메도프가 아르망의 아버지로 출연한다. 무하메도프는 김주원이 2006년 한국인으로는 강수진에 이어 두번째로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을 당시 심사를 맡았던 남다른 인연이 있다. 피아노 연주는 조재혁 성신여대 교수가 한다. 쟁쟁한 예술가들과 김주원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몸짓이 어떤 합을 이뤄 한편의 영화 같은 작품을 탄생시킬지 자못 기대된다. 4만∼10만원.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