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용신안 무심사제도 도입(논쟁)

특허청은 최근 실용신안법을 개정, 실용신안출원에 대해 심사하지 않고 곧바로 등록하는 이른바 「실용신안 무심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특허청은 금명간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올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 내년부터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특허청이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현재와 같이 대기업들의 건수 위주의 출원경쟁을 자제시켜 심사에 따른 인원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무심사제도를 도입하면 그동안 심사과정에서 요행으로 통과될 것을 기대하고 출원하던 대기업이 사후소송을 우려, 출원을 자제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실용신안의 짧은 라이프싸이클 때문에 출원후 심사 대기기간동안 대기업이 변형출원함으로써 입을 수 있는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에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지금처럼 출원중 4분의 1정도만 등록이 되는 실정에서 무심사제도를 도입하면 부실권리가 대량발생해 소송건수만 늘리게 되고 이에따라 중소기업은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용신안 무심사제도」에 관한 찬반 양측의 주장을 들어본다.<편집자주>◎찬성/중기 새 기술개발 활성화/요행통과 소송우려 출원경쟁 자제 심사기간 줄여 발명활동의욕 고취/업무적체 이용한 대기업 변형출원 차단도 제품수명주기가 있드시 기술 자체에도 수명주기가 있다. 왜 기술이 발전되는가에 대해 아직 일치된 견해는 없지만, 학습과정과 기술혁신의 동태성 정도 등에 따라 한 기술의 수명주기가 달라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하고, 학습과정을 통해 연구결과가 하나씩 둘씩 축적 되어가는 동태적 과정이 바로 기술혁신이다. 그런데 산임이 발전하면서 기술의 수명주기는 점차 단축되는 경향을 보여왔고, 일상용품과 관련된 기술 등에서는 몇 개월 단위로 핵심적인 기술요소들이 바뀔 정도로 빨리 빈하고 있다. 요즘 특허 및 실요신안제도의 개선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기술을 보호 해주는 제도를 기술세계의 특성 때문이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과 시간을 들여서 개발된 기술이 아무에게나 도용되어 버린다면 아무도 그런 무모한 투자를 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선 특허제도는 기술혁신을 자극하고 의욕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개발기술의 독점적 이윤을 일정기간 보호 해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개정시안을 내놓고 있는 실용신안제도는 기술의 수명주기가 비교적 짧고 일상용품에 속한다든가,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투자가 수반된 큰 발명이라기 보다는 소발명으로 기술의 진보성이 특허보다는 다소 덜한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허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선 특허 및 실용신안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이 37개월이나 걸리고, 더구나 심사소요기간이 줄어들기 보다는 날이 갈수록 길어져 왔다는 사실은 기술혁신의 흐름과 역행이고 있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더구나 실용신안도 특허와 똑같이 복잡하고 긴 심사기간을 거침으로써 기술혁신 의욕을 제약하고, 특히 등록후 포기율이 15%내외라는 사실을 현재의 실용신안제도가 기술경쟁시대에 선응하는 제도적 기능을 하지 못함을 시사한다. 우리의 경쟁선진국인 일본과 독일의 경우만 보더라도 실용신안 출원으로부터 등록에 소요되는 기간이 3개월내지 6개월정도 임을 감안해 보면 더욱 그런생각이 든다. 실용신안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도 제도개선에 고려해 볼 점이다. 특허제도를 가지고 있는 전세계 1백46개국들 중에서 26개 국가에서만 실용신안제도를 활용하고 있고, 26개 나라들 중에서도 출원후 심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12개국에 불과하며, 일본이나 독일 그리고 EU국가들도 우리처럼 장기간이 소요되는 심사주의가 아닌 방식심사와 기초적 요건 심사만으로 등록하는 제도로 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쟁상대국들과의 규범비교우위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 실용신안제도의 실제 이용실태를 보면 96년의 경우 출원건수의 77.1%가 대기업이고, 개인 발명가가 20%, 그리고 중소기업은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실용신안제도는 제법이나 물질특허를 필요로 하는 획기적인 기술혁신이 아니기때문에 개인발명가나 중소기업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볼때, 이 점에서도 현 실용실안제도가 왜 특히 중소기업들에게 널리 활용되고 있지 못한지 그 원인을 제도적으로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실용신안제도가 중소기업이나 개인 발명가들에게 선호대상이 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심사소요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작고 점진적인 기술혁신활동을 추진시키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으로 이번 실용신안법 개정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어 오기도 한 실용신안 선등록방식에 대한 적지않는 오해도 있었던 것 같다. 우선 실용신안무심사제도라는 용어를 씀으로써 온 오해도 있어 보인다. 등록요건도 특허와 같게 했을 뿐만 아니라 방식심사와 기초적요건심사를 철저히 하고, 실용신안부터 보호받으면서 특허보호도 받을 수 있도록 이중출원을 가능케한 점등은 실용신안대상 기술혁신특성에 부합되는 제도적 개선으로 볼수 있을 뿐이지, 심사를 않는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심사제도라는 용어대신 실용신안 선등록방식으로 표현하는게 적절하다고 본다. 결국은 실용신안 선등록방식도입이 권리보호의 안정성을 해친다거나 부실권리 남발, 또는 출원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직접관계가 적다고 봐야되며, 그러한 우려는 당연히 실용신안등록방식을 들여오더라도 문제를 극소화 해 나가야 할 보완장치이다. 실용신안 선등록방식으로 37개월이나 소요되는 심사기간이 2­3개월 이내로 줄어들수 있다면 사회전반의 혁신활동을 자극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특허 및 실용신안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이 줄어들기 보다는 점점 길어져온 이유가 심사관의 부족에 따른 적체현상 때문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 심사주의 자체와 관행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는 게 옳다고 보며, 만약 심사관 부족이 주원인이라면 전문연구기관 등을 활용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기술세계의 원리에서 풀어야 하고, 경쟁국들과의 규범비교우위, 그리고 중소기업과 개인발명가들의 기술혁신활동 의욕고취, 나아가 기술혁신성과의 활용·확산으로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긴다는 대국적인 견지에서 지혜를 모아 매듭을 풀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최동규> □약력 ▲48년 강원도 평창생 ▲서울대 농대졸 ▲한국생산성본부 이사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반대/부실권리 양산 소송급증/대기업 등록주도로 중기 분쟁 몸살 심사업무·비용부담은 오히려 가중/발명분위기조성·기업 경쟁력강화에 역행 특허청은 「실용신안무심사제」 도입목적으로 실용신안기술을 조기·적기에 보호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심사처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측면에서 그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어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실용신안무심사제」는 국내기업보호 및 기업의 기술경쟁력제고라는 목적에 맞지 않으며 발명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다. 최근 4년간 국내의 실용신안현황을 보면 내국인 출원비율이 99%에 달하고 있으며 내용면에서도 특허출원건수와 비슷할 정도로 국내기업보호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아직까지 선진 첨단기술개발단계에 이르고 있지는 못하며 겨우 선진기술의 모방단계를 벗어나려는 수준으로서 기술자립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시점에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실용신안기술이용을 적극 장려해 나가야 할 것이며 이에 관해서는 일본이 실용신안제도 부흥으로 선진기술을 따라잡고 오늘의 경제대국이 된 것을 거울 삼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실용신안제도의 폐지를 의미하는 실용신안 무심사제도의 도입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발명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으로 국내 기업호보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기술경쟁력제고에도 반하는 개악이다. 둘째 「실용신안 무심사제」는 부실권리를 양산함으로써 심판·소송사건을 급증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현재 특허청이 한해동안 처리하고 있는 실용신안 심사처리건수(96년 2만9백건)중 46.5%가 거절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무심사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렇게 거절되는 부실한 고안내용도 모두 등록될 것이다. 당연히 심판·소송사건이 급증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함은 물론이고 이런 부실권리를 외국기업이나 국내대기업이 등록하여 권리로 주장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로열티를 요구한다면 자본이나 인적구조에 있어 이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개인발명가들은 분쟁처리에 시달려 사업운영이 불가능해 질 것이다. 또 개정안은 단순히 등록된 권리임을 믿고 이를 행사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무과실 입증책임을 실용신안권자에게 지우고 있기 때문에 실용신안권자의 법적지위가 극히 불안정해지며 실질적으로 「실용신안등록증」은 휴지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심판·소송업무의 증가는 심사인력을 줄이려고했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더욱 심한 업무체증에 시달리게하는 등 제도운영은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 벤처쳐기업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특허청이 실용신안무심사제도 도입을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보호한다고는 하지만 특허청이 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실용신안 이용률은 2.9%에 불과하다. 또 96년의 경우 대우, 현대, 기아의 산업재산권 출원건수중 실용신안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넘을 정도로 주로 대기업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 넷째 「실용신안무심사제」는 출원인및 권리자에게 불필요한 비용부담만을 안겨준다. 현재 특허청에 출원되는 실용신안 출원건수중 실제로 등록되는 건수는 전체 출원건수중 약 4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결국 등록 이후 기술평가서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면 휴지쪽에 불과한 권리 취득을 위해서 출원인의 4분의 3에 해당되는 출원인을 불필요한 등록료를 내야한다는 부담을 안게된다. 뿐만 아니라 기술평가서 작성비용의 부담은 물론이고 분쟁관계로 인한 소송비용은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더욱이 심판비용은 출원비용보다 2배이상 많은 실정이다. 소송비용은 최소한 출원비용의 5배 이상은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출원인에게 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다섯째 심사처리 촉진방안으로도 「실용신안무심사제」는 부적절하다. 특허청의 심사적체현상은 기업의 과다한 출원건수경쟁에서 비롯되고 있기도 하지만 단순히 외향적으로 출원건수를 높이려는 특허청의 전시행정에도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심사처리촉진방안으로서의 실용신안 무심사제도도입과 같은 식의 해결방안은 오히려 기술평가서작성 등으로 심사관의 업무부담을 가중시킬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못된다. 여섯째 여론수렴및 정책결정과정에 있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허청의 여론수렴과정은 제도의 취지 및 장·단점소개나 설명에 있어 극히 미흡하다. 다시말해 무심사제도 찬성자는 대부분 장·단점과 문제점등을 모르고 단순히 출원만 하면 번거로운 절차와 시간경과없이 예전에 심사등록된 실용신안과 동일한 내용의 권리를 취득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설문에 응했다고 보인다. 특허청이 설문조사내용 및 조사대상 기업체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까닭은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신관호> □약력 ▲47년 서울생 ▲한양대 전기공학과졸 ▲한양대학교 법학박사 ▲전 한국라이센스협회 회장 ▲신관호 특허법률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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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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