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절 골프 파동에 휘말린 이해찬 총리의 사임 문제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능력을 시험할 1차 관문이 될 것 같다. 이 총리가 사실상 사의를 표명,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았던 골프 파동은 지난 7일 청와대가 ‘국정운영’을 이유로 이 총리를 엄호하고 나서면서 안개에 휩싸인 형국.
공직자의 처신을 거론하며 이 총리를 돌려서 공격했던 정 의장으로서는 코 앞에 닥친 5ㆍ31 지방선거와 참여정부 후기 국정운영이란 당ㆍ청간의 입장차이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의장은 사실상 이 총리 거취 문제에 관한 ‘함구령’을 내려 일단 집안 단속에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결정을 유보하자는 판단이다.
정 의장은 이날 그는 8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이 귀국 후에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실 것”이라며 “그때까지 개인적인 의견 표명을 극히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정 의장의 함구령에 한 마디 거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총리 골프 파문 이후 거취와 관련된 이런저런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결코 정국 운영에 도움이 안된다”며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의 경고다.
하지만 선택의 시간이 많이 남진 않았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정 의장이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 총리를 우회적으로 비난한 정 의장이 ‘사임’쪽에 설 경우 당ㆍ청 관계가 소원해질 수 밖에 없다. 또 김근태 최고위원계를 중심으로 이 총리의 유임을 지지해 온 세력과의 융화 문제도 골칫거리다.
김근태계인 우상호 의원에게 대변인을 맡기고, 친노(親盧) 직계인 이광재 의원을 지방선거를 지휘하는 기획위원장에 앉히는 등의 ‘탕평책’으로 지난 2ㆍ18 전대 후 계파 갈등을 수습하려 하고 있는 그이다.
그렇다고 ‘유임’쪽에 설 수도 없는 일이다. 골프 파동과 관련된 의혹이 하나둘씩 나올 때 마다 여권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여론조사에선 둘 중 한 명이 총리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판국이다. 유임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당장 5ㆍ31 선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5ㆍ31 지방선거의 패배는 자신의 대선가도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정 의장이 어떤 묘수를 찾아낼 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이 이 총리의 즉각적인 사퇴 대신, 지방선거 이후 이 총리의 사퇴를 포함한 내각의 전면쇄신을 요청하는 식으로 사태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