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원유확보 전쟁

<파이낸셜타임즈 1월10일자>

지난 70년대 벌어진 원유확보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석유회사들은 미국 굴지의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를 추진할 정도로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고 인도도 이란 원유 및 가스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 유코스의 자산을 놓고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는 최근 델리에서 중동산유국과 아시아 소비국간의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확보에 목을 메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ㆍ일본ㆍ인도ㆍ한국 등 4개국의 하루 원유수입 규모는 1,200만배럴로 미국보다도 많다. 더욱이 중동산 원유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입의존도는 80%에 달한다. 중동산유국들은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아시아 국가들에 보다 높은 판매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다양한 공급자를 갖고 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싼 값에 원유를 수입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인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중국과 인도의 입지는 더 좁은 형편이다. 그래서 중국과 인도는 선진국처럼 원유 메이저를 만들고 일본보다 수월하게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중국과 인도는 이번 델리회의를 통해 장기공급계약을 관철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중동산유국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보다 높은 값을 받으려면 단기 현물시장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장기공급은 물량면에서 경직성을 띠기 때문에 구매자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와는 달리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에너지 공급원을 북해ㆍ러시아 등 비(非)중동산유국으로 돌릴 수 있다. 이런 공급선 다변화는 미국과 유럽이 추진하는 에너지안보의 핵심전략이다. 또 공급선 다변화에 힘입어 뉴욕과 런던의 원유선물시장은 높은 유동성을 갖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자신들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세계 원유시장에 의존하기보다는 국영석유회사를 동원해 보다 많은 유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과거 만연했던 중상주의나 다름없는 것이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중상주의는 시장에 비해 에너지 안보수단으로서의 효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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