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다시 고개든 금융대란설(사설)

자금시장의 동맥경화 증세가 날로 악화되어가고 있다. 기업마다 돈가뭄으로 부도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서다. 금융기관에는 돈이 남아 도는데 그 돈이 기업에 흘러 들어가지 않아서다. 금융시장 질서의 왜곡현상은 지난 달 금융기관의 부도방지 협약이 발효된 이후 심화되고 있다. 부도방지 협약 이후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기피하고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자금사정이 더 악화됐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돈이 남아돌고 그 여유자금이 주식·채권시장에 몰려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시중 실제금리는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악화설, 부도방지협약 대상설이 유포되면서 어음기피현상이 일고 위조수표사건까지 겹쳐 수표받기를 꺼림으로써 신용공황의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이같은 복합 요인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금융대란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자금사정이 넉넉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금융대란설까지 나돌 만큼 금융시장 질서가 왜곡된 현실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 만성적인 자금수요증가, 관치금융의 후유증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겠지만 직접적인 발단은 부도방지 협약에 있다. 부도방지협약은 명칭으로는 그럴 듯한 제도다. 잘만 운영하면 부실징후 기업을 회생시키고 경제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름이 그럴 뿐 실제로는 기업을 죽이는 독약이 되고 있다. 이 협약에는 은행대출 2천5백억원이상 대기업 중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이 협약적용을 신청하면 은행당좌거래는 허용하고 어음을 부도 처리하기로 되어 있다. 어음을 취급하는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이 손해를 보게 되어 있는데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제2금융권은 자금 악화설이 나도는 기업에 대해 대출을 끊고 무차별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제2금융권의 자구 수단인데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 결과 금융기관은 자금여유가 생겨 돈을 놀릴 수 없으니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이 있는 대기업은 돈 빌리기가 쉽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외면당해 자금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대기업의 자금악화설이 유포되면서 부도도미노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시장경쟁의 정착 과정에서 겪어야 할 고통이고 재무구조 개선과 체질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방치할 수만은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금융이 제기능을 하도록 하지 않으면 걷잡기 어렵게 될 수 있다. 득보다 실이 많은 부도방지협약은 보완 운용되어야 마땅하다. 이 협약 때문에 돈의 흐름이 옆길로 가서 위기를 부추긴다면 우선 그것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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