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8일] 메가뱅크 논의 신중해야

"덩치가 커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은행이었기 때문에 덩치가 커진 것입니다." 한 시중은행장은 최근의 '메가뱅크(대형 은행)' 논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메가뱅크는 금융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데 아무런 공감대 없이 일부 지주사들의 영토 싸움으로 전락하는 듯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우리금융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메가뱅크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어 내정자의 말이 전해지자 KBㆍ우리금융ㆍ하나금융의 주가가 들썩일 정도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은행 지주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메가뱅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많았지만 이에 따른 위험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돼 있다고 말한다. 메가뱅크론자들은 초대형 은행이 있어야 금융에도 글로벌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어 내정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때 국내 은행들이 몸집이 작아 보증을 서지 못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하지만 초대형 은행이 생김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외면한다. 기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상위 2개 은행의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5%에 달한다. 상위 3개 은행의 비중은 78.3%로 무려 80%에 육박한다. 거대 은행이 출현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일정 부분 달성할 수 있겠지만 이 은행에 경영실패가 발생하면 국내 금융산업은 물론 국가경제가 파탄 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상위 2개가 27.7%, 3개는 38.8% 수준이다. 메가뱅크 논의는 한두 금융지주사나 최고경영자(CEO)의 의도로만 추진될 문제가 아니다. 먼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합병이라는 게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듯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메가뱅크 논의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기자의 눈에는 지금 진행되는 메가뱅크 논의가 이상과열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