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을 중심으로 전세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인과 해법을 둘러싼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상승세가 일시적인 계절적 요인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는 입장인 반면 집값 관망세가 계속되고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등 구조적 요인인 만큼 전셋값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커지고 있다. ◇4중고에 시달리는 전세시장=최근 전세매물 부족과 가격상승에 대한 일선 중개업소들의 분석은 다양하다. 일단 시장에서는 ‘쌍춘년 결혼특수’를 유난히 심한 전세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20평형대 전세매물 부족이 심각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강동구 둔촌주공ㆍ고덕주공5~7단지 등 수천가구의 대단지조차 매물이 3~4개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북 재개발과 강남권 재건축 이주에 따른 일시적 전세수요 급증도 전세난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규모 재개발이 밀집한 성북구나 은평구,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서초구 일대의 경우 이주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근 지역으로까지 전세매물 부족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서초구의 경우 이미 철거한 반포주공을 비롯해 서초동 금호ㆍ삼익ㆍ잠원ㆍ한신5차 등이 올해 안에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고 내년에 삼호가든ㆍ역삼동 진달래3차ㆍ개나리4차 등도 곧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단순히 최근의 전세난을 ‘수요’ 측면에서만 접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8ㆍ31, 3ㆍ30대책으로 집값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내집마련을 포기, 물량의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서울 공덕동 K공인 관계자는 “집 사기를 포기한 세입자들이 웬만하면 값을 조금 올리더라도 재계약을 선호하고 있다”며 “수요가 조금만 늘어도 전세매물 부족에 대한 체감지수는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입주물량 부족도 공급부족에 따른 시장의 동맥경화를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서울시내에서는 재건축 규제, 신규택지 고갈 등으로 공급물량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건설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03년까지 연간 11만~16만가구에 달하던 서울 지역 주택공급은 이후 절반 수준인 연간 5만여가구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일산(0.18%)ㆍ평촌(0.25%)ㆍ산본(0.39%) 등은 여름 비수기 때 하락폭을 회복하고 있는 정도다. 반면 분당(-0.13%)은 나홀로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 매매값이 떨어지고 올초 동백지구 입주가 시작되면서 분당 전세 수요의 일부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은 서현동의 경우 32~33평을 기준으로 올 초보다 3,000만원 이상 값이 떨어졌다. ◇장기 전망은 엇갈려=부동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전셋값 상승 현상을 가을 성수기의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서울의 최근 한달간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1.09%)에 비해서는 미약한 수준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8월 한달간 전셋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여름 비수기에 떨어졌던 시세가 회복되고 있는 전형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연말이 되면 전셋값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매물 품귀 현상은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로 매물이 줄면서 생긴 현상으로, 결국 집값에 대한 관망세가 계속될수록 전세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주장이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뉴타운이나 재건축 단지가 많아 이주수요가 많거나 입주물량이 부족한 곳에서는 내년 이후에도 국지적으로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