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내사종결 처리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50억원 차명계좌 사용 의혹'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금융실명거래법'위반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검찰이 재수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ㆍ한국정치평론가협회 등 20여개 시민단체들은 서울중앙지검에 차명계좌 사용의혹과 관련해 라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들은 고발장을 통해 앞서 검찰이 내사종결 처리한 사안은 부적합하다며 금융감독원의 철저한 의혹조사 촉구와 검찰의 재수사를 통한 사실확인 및 처벌을 요구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미 무혐의 내사종결된 사안에 대해 특별한 보충 증거자료가 없는 이상 재수사결정을 내리긴 힘들다"면서도 "고발장을 검토한 뒤 '신상훈 사장의 고소건'과 관련해 수사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검토해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관련법령을 위반해 벌금 이상이 선고된 경우 금융지주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라 회장은 처벌과 함께 임원직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 회장은 지난 2007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신한은행 수표로 50억원을 건넨 바 있으며 당시 라 회장은 한 골프장 지분 5%를 인수해달라는 명목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앞서 '박연차 게이트'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해당 사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내사종결 처리됐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이 신한은행 관련자에 대한 면접조사와 현장조사를 진행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신 사장이 신한은행 창립자인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자문료를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15억6,600만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는 신한은행 측 고발과 관련, 검찰이 이 회장을 수사할 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소장에서 이 명예회장 명의 신한은행 계좌로 자문료가 입금됐지만 실제 이 돈은 신 사장이 개인적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신 사장의 자문료 횡령 여부를 조사하려면 신 사장과 이 명예회장과의 관계 등도 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명예회장이 수사 선상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