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 협상타결] 금융시장 핵심뇌관제거 고비 넘겼다

『이제 정상에까지 올랐다. 남은 것은 내리막길뿐이다』.6개월 가까이 대우 해외부채 협상을 진두지휘해왔던 오호근(吳浩根) 기업구조조정위원장은 대우 해외부채 협상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내렸다. 1년여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뇌관으로 자리했던 대우 문제를 매듭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최소한 대우처리와 관련된 직접적인 사항은 끝났으며, 대우채 환매 등 대우로 인해 파생된 부산물만 챙기면 뇌관은 완전히 제거된다는 해석이다. 대우 해외부채 협상은 무엇보다 연초이후 불안상태에 있던 금융시장에 큰 위안거리를 가져다줌과 동시에 한국경제의 신인도를 높혀 여타 기업의 해외차입 여건을 넓혀주게 됐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해주고 있다. ◇지리한 줄다리기= 대우 해외부채 협상은 한마디로 「길고도 지리한」과정이었다. 지난해 8월26일 ㈜대우 등 12개 계열사의 워크아웃 돌입으로 시작된 해외부채 문제는 이후 해외채권단측에서 정부 지급보증을 요구하면서 꼬여들기 시작했다. 99년 10월말 도쿄에서 가진 첫 협상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때부터 정부는 해외부채를 정부(자산관리공사)가 국내은행을 통해 매입, 국내 채권단만의 「나홀로 워크아웃」을 진행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바이아웃 프로그램」. 이후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대우에 18%의 바이아웃비율(회수율)을 제시하는 등 대우 주력4개사 평균 34%를 최초 협상안으로 해외채권단 운영위원회에 제시했다. 회수율은 당연히 개별 회사별로 결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걸었다. 이에대해 해외채권단은 대우에 대한 대출은 개별사별이 아닌 4개사를 통합해 59%를 제시, 협상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정부는 이에따라 ㈜대우를 법정관리에 집어넣는 방안을 「엄포용 반, 현실용 반」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국내 채권단과 해외채권단 모두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 뻔했다. 구조위는 이에따라 지난해말 해외채권단에 36.5%로 상향조정 제시했고, 연초 해외채권단은 45%의 수정안을 들고나왔다. 정부는 그러나 투신사 대우채 매입률을 35% 수준에서 맞췄기 때문에 상향조정 가능폭은 기껏해야 39%수준에 불과했다. 해외채권단의 일방적인 양보가 불가피했던 것. 결국 이번 홍콩협상에서 주력4사의 평균 바이아웃 비율을 39~40%수준에 맞춘 것은 한국정부와 채권단이 견지해온 「국내외 채권단의 동등대우」 원칙을 지킨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협상초기부터 유지해온 개별사별 협상 원칙을 유지한 것도 「원칙론의 승리」(吳위원장)로 정리된다. ◇워런트가 문제= 바이아웃 비율만 놓고보면 일단 한국측에 「불리한 것없는 게임」으로 평가된다. 자산관리공사의 대우채 매입률(35%수준)보다 다소 높기는 하지만, 대우 해외법인의 가치와 기업가치 산정방식의 차이점 등을 감안하면 39%대 수준은 무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해외채권단이 제시한 이른바 「워런트(OUT-OF-THE-MONEY WARRANT:경영성과에 따른 추가 보장분)」. 해외채권단으로선 바이아웃을 통해 받는 현금외에 「+알파」를 챙긴 셈이다. 일부에서는 바이아웃을 통해 채권자 자격에서 빠진 해외채권단에게 경영성과에 따라 결실물을 나눠주는 「선물」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도 이 점은 인정했다. 국내채권단은 2월초까지 워런트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여기서 워런트의 권한을 지나치게 높혀줄 경우 대우 해외부채 협상은 「불평등 타결」이라는 불씨를 남길 공산도 적지않다. ◇고비넘은 대우처리= 대우 워크아웃은 이제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우려됐던 ㈜대우의 법정관리도 피하게 됐다. 12개 계열사의 워크아웃에 가속도를 붙이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이번 협상이 해외부채 문제의 완전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협상은 전체 해외부채의 30%수준만을 차지하는 9개 해외채권단 운영위원회 멤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개별금융기관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통해 동의(90%이상)를 얻어야 한다. 관련 세부사항을 처리하려면 2~3개월은 소요된다. 구속력이 없는 협상결과에 대해 해외채권단의 의견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또한번의 지리한 협상이 이어져야 한다. 이번 협상은 또 총 65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해외채권중 담보채권 13억달러와 일부 해외 현지법인 채무를 제외한 48억4,000만달러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회수율이 타결된 것이다. 담보채권(11억달러)과 대우가 해외에서 발행한 개인 보유 채권에 대한 만기연장이 과제로 남아있다. 전환사채(CB) 등 11억달러 규모의 대우발행 채권을 갖고 있는 해외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지역별로 채권신고를 받아 대상을 확정하고 만기연장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담보채권도 모두 신고를 받은 뒤 담보가치에 따른 상환 또는 연장여부를 타결지어야 한다. 이번 협상타결로 대우처리는 마지막 정리의 수순만을 남겨두게 됐다. 본격적인 매각과 채무재조정 작업을 통해 회생 또는 해체의 수순을 밟으면 된다. 한가지 남은 고비는 오는 2월8일 대우채 환매일. 대우로부터 간접적으로 파생된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면 한국경제를 그토록 옥죄던 대우사태는 종결된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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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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