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송혜교 분)의 이별은 지독하리만치 담담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14회에서는 오영이 오수와 떠났던 마지막 여행에서 돌아와 자신의 주변을 천천히 정리해 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오영이 이별을 고한 제일 처음 순서는 약혼자였던 이명호(김영훈 분)였다. 아마 오영에게는 이별을 말하는데 가장 쉬운 상대였을 것이다. 오영은 이명호에게 파혼을 사과하며 대신 그가 회장자리에 앉도록 밀어주겠다고 말했다. 이 둘의 마지막은 이렇게 깔끔하게 끝났다.
이제 제일 끊기 힘든 두 사람만 남았다. 왕비서(배종옥 분)과 오수.
왕비서는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낳지 않은 채 오영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왕비서는 더욱 오영과의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왕비서는 “다 포기할게. 내가 널 키웠어. 넌 내 딸이야. 영이야 그냥 날.. 그냥 날 니 곁에..”라며 오영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마주 않은 오영의 얼굴에는 그 어떤 아쉬움의 표정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방 안에는 무서운 적막감만이 돌았다.
“나는 눈을 잃고 당신은 당신 인생전부를 사랑했던 딸 같은 나를 잃고 계산은 정확해야죠.” 방 안의 적막감을 깬 건 오영의 차가운 대답이었다.
왕비서도 결국은 ‘보통 엄마’였다. 왕비서는 “나는 엄마니깐. 엄마는 자식들한테 지는 게 엄마니깐”이라고 말하며 쓸쓸히 오영의 곁을 떠났다.
이제 마지막. 오수만이 남았다. 오영에게는 마지막까지 제일 끊고 싶지 않은 존재.
“니가 날 속인 거 무죄야.” 오영이 오수를 보내주는 방법은 ‘용서’였다.
오영은 그를 미워하기보다는 용서하는 방법을 택했다. 오영은 오수에게“사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수를 향해“널 옆에 두고 사랑할 자신은 없지만, 니가 날 속인 거 무죄”라고 말했다.
오수는 차라리 오영이 자신을 욕하고 미워해주길 바랐다. 그는 한 번도 누군가의 용서를 받아 본 적이 없다. 결국 오수는 아무런 대답도 못한 채 가장 무거운 마음으로 오영의 곁을 떠났다.
이제 이 둘 사이에는 어떠한 끈도 남아있지 않게 됐다. 앞으로 이 둘이 각자 어떤 곳을 향해 갈지 조차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둘이 결국은 같은 곳에서 마주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살고 싶어하는 남자’오수와 ‘죽고 싶어하는 여자’오영. 결국 이 둘은 진정한 사랑을 배우지 못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살아갔던 아픈 존재들이었을 뿐이다.
이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이제 단 2회만이 남아 있다.